공중망에서 ATM `띄운다`

 “공중망에서 ATM이 라우터를 대체할 수 있을까.”

 최근 인터넷환경과 정보기술(IT)의 발전추세에 따라 비동기모드(ATM)의 필요성이 높아지자 정부와 장비업계가 ATM 수요 확대와 사업 준비를 서두르고 있으나 수요자인 KT에서는 확대 도입에 신중한 입장이어서 ATM시장 활성화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ATM을 ADSL 이후 대안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공중망 중심으로 ATM 수요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모색중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장비사업자 역시 이 사업이 차세대네트워크(NGN) 시대를 맞아 활성화할 것으로 보고 통신사업자와 활발히 접촉하는 등 사업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그동안 트래픽 볼륨 중심의 인터넷 환경이 고품질(QoS)서비스와 음성 중심으로 바뀌면서 기존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ATM의 도입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 라우터는 인터넷의 트래픽 볼륨에 대한 고객의 요구에 따라 등장했으나 최근 요구되는 고품질 멀티미디어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는 무리가 많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국내 ATM 장비 생산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NGN 시장에서 ATM이 활성화할 것으로 보고 외산업체에 앞서 이와 관련, 준비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직 상대적으로 열세를 보이고 있는 IP망 장비에 비해 ATM 분야에서는 국내 업체가 경쟁력을 갖고 있는 만큼 향후 NGN 시장에서 국내 업체의 선전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기술 흐름 또한 ATM을 기존 유선전화망의 고품질 음성트래픽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기술로 인식하고 있는 분위기다. 더 나아가 최근 다중프로토콜레이블스위칭(MPLS) 기술의 도입으로 ATM의 성능이 높아진 만큼 ATM 활성화에 높은 기대를 걸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ATM 시장은 외산업체의 진입이 쉽지 않은 부문”이라며 “기존 ATM 장비와 개발 인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NGN 시장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LG전자도 현재의 기술 트렌드가 ATM으로 가고 있고 국산업체 또한 외산업체에 비해 강한 경쟁력을 갖고 있는 만큼 ATM 장비개발과 보급에 지속적으로 힘써 나간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교환기·CDMA의 개발을 주도해 ‘대박’을 터트린 경험을 앞세워 ADSL 이후의 대안산업으로 ATM을 선정, 육성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보였다. ADSL 이후 대안산업을 찾아내지 못하면 국산 통신장비 시장의 사양화가 불가피한 데다 대형 라우터의 경우 이미 대부분 외산이 석권하는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정통부 관계자는 “통신인프라는 국가의 기본 인프라인 만큼 가격 등의 문제보다는 장기적인 기술흐름을 주시하고 있다”며 “ATM의 경우 국내 업체가 주도하고 있는 데다 인터넷 환경이 ALL IP화하고 기존의 단점인 트래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MPLS 기술도 나온 만큼 미래의 기술을 한발 앞서 구현하고 산업을 활성화하는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정책적 지원방침을 시사했다. 정통부는 현재 이를 위한 전담반 구성을 검토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정작 KT 등 수요자의 반응은 떨떠름하다. ATM이 QoS 차원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라우터의 경우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비교 우위를 갖고 있는 데다 가격 또한 비교적 저렴하기 때문이다. 또 ATM의 애플리케이션 부족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무엇보다 대학·연구소·기업 등에 ‘라우터 신봉자’들이 대거 포진돼 있다.

 이와 관련, KT의 한 관계자는 “ATM은 현재 국가망에 적절하게 활용되고 있지만 공중망의 경우에는 이미 IP망을 잘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ATM으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 반론이 만만치 않다”며 “기술보완적인 측면이나 향후 기술 흐름을 고려하더라도 아직은 공중망까지 ATM으로 가기에는 다소 이른 것 같다”고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