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이젠 경제결실을 딸때다

 ◆윤원창 IT담당 부국장

붉은 물결 속의 지난 25일간 우리 국민은 큰 용기와 희망을 얻었다. 2002 월드컵 주최국 한국의 경이적인 축구 대행진이 ‘베를린 장벽’ 앞에서 멈췄지만 태극전사와 우리 국민 모두는 승리자였다. 비록 졌지만 준결승전에서 전차군단 독일을 상대로 보여준 한국 축구팀의 눈부신 선전은 그간 세계의 강호들을 잇따라 누르고 4강에 진출한 것이 태극전사들의 끈질긴 투혼으로 일궈낸 값진 결실임을 증명했다.

 달라진 한국팀이 보여준 4강까지의 파이팅은 축구가 왜 지구촌 사람들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경기인지 실감케 했다. 어떤 스포츠 경기도 월드컵처럼 국가를 생각하게 하고 사람들을 열광시키지는 못한다. 붉은 셔츠 차림의 700만 군중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에너지를 분출해내는 광경은 전세계인에게 한국의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종반으로 들어선 이번 월드컵대회에서 400억 세계 시청자 앞에서 펼쳐 보인 한국 축구팀의 투지와 전국민이 하나가 된 붉은 악마 응원단의 열기는 세계 속에 한국과 한국 제품을 각인하는 퍼포먼스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마디로 ‘주식회사 한국’을 외국 투자가들에게 알리는 홍보(IR)의 장이었다.

 앞으로 남은 3, 4위전 경기 결과와는 상관없이 우리는 경기 면에서나 응원을 포함한 모든 면에서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뒀다. 월드컵 역사, 한국 축구 역사를 다시 쓰게 했다는 찬사를 받고 있을 정도로 한국팀이 선전해 전세계에 코리아의 위상이 엄청나게 높아졌고 새로운 국가 이미지를 심었다. 또 대회 운영·관리 등에 최첨단 IT를 성공적으로 접목해 한국이 IT강국이라는 이미지를 확고하게 심은 것도 큰 성과다. 국가 이미지가 그 나라의 기업과 상품 이미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이번 대회는 한국 IT기업과 상품에 대해 재인식하도록 하기에 충분했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온국민을 열광케 한 월드컵대회도 사흘 후면 막을 내린다. 그러나 우리는 이 열기를 여기서 끝낼 수 없다. 한껏 높아진 월드컵의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해 침체된 경제가 살아나도록 해야 한다. 월드컵의 경제적 효과를 수십조원으로 만드느냐, 수백조원으로 만드느냐는 정부와 기업에 달려 있다.

 그중 개선된 국가 및 기업 이미지를 어떻게 더 향상시키고 무한경쟁시대에 우리 경제의 위상을 높이느냐, 우리 국민의 내재적 동력을 어떻게 경제 발전에 연결시키느냐는 것들이 핵심과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월드컵 효과가 잠시 발생하고 곧바로 식어 버리는 빛바램을 방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기업들의 몫이 크다. 기업들은 국제사회에서 높아진 한국의 인지도와 개선된 이미지를 가시적인 경제적 성과로 담아내기 위해 그에 걸맞는 질좋은 제품과 서비스 공급능력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잔뜩 기대에 부푼 전세계 고객에게 실망을 안겨줘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사실 국제시장에서 우리 수출품은 그간 중저가제품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때문에 기술력 향상을 통한 제품의 고도화가 뒷받침되지 못할 경우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한국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하더라도 기존 이미지를 탈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월드컵의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길은 역시 기술개발과 생산성 향상을 통해 우리 상품의 품질을 높이는 것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아무리 국가 이미지가 좋아진다 하더라도 걸맞은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는 실력이 없다면 한순간의 반짝소동에 그칠 공산이 크다.

 그간의 흥분과 감격을 가라앉히고 월드컵의 과실을 딸 수 있는 실력을 키우는 데 관심과 정책을 집중해야 한다. 이번 월드컵에서 아무리 훌륭한 기회를 만들었다 해도 최종 공격수가 골문 앞에서 일찍 흥분해 냉철함을 잃는다면 허사가 된다는 점을 되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