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IT시장 상반기 결산>(1)생산 부문

 닷컴 붐이 가라앉은 이래 지난 2년간 세계 정보기술(IT) 업계는 일반 기업들의 투자위축 등으로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불황탈출이라는 희망을 안고 출발한 올해 역시 이미 절반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IT경기 회복의 실마리를 잡기 어려운 형편이다. 생산성 향상을 내세운 웹서비스 등 일부 IT부문에서 기업들의 투자가 서서히 살아나고 있지만 이 역시 IT업계의 기대에 못미친다는 분석이다. 생산이나 판매 등 IT기업들의 다른 활동 역시 활기를 찾기 쉽지 않다. 침체 극복을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인 세계 IT업계 상반기 움직임을 생산·투자·판매·실적 등 요소별로 나누어 4회 시리즈로 게재한다. 편집자

 

 생산측면에서 본 올 상반기 세계 IT업계 특징은 지난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중국의 ‘세계공장화’로 대변되는 생산아웃소싱 추세 확산과 반도체시장 회복심리에 기댄 설비가동률 상승이라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IT 공급과잉 및 하드웨어(HW) 투자축소에 따른 반도체 수요감소 등에서 비롯된 지난해 미국발 IT 경기침체는 미국은 물론 아시아·유럽 등 전세계 경제의 동반 하락을 야기했다. 올 들어 미국 경제는 자국 정부의 금리인하와 감세 등 적극적인 정책 등에 힘입어 산업생산 및 생산가동률이 크게 늘고 재고가 감소하는 등 회생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그 영향이 세계 IT부문으로 확산되기에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IT업계에서는 마진율 감소를 막기 위해 저비용 국가로 생산설비를 이전하려는 생산아웃소싱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기술수명 주기가 짧고 리스크가 큰 컴퓨터·휴대폰 부문에서 중점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생산아웃소싱은 또 연구·개발(R&D)에 몰두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갖는다.

 생산아웃소싱 분야 대표국가는 중국으로 WTO 가입 이후 세계 3위의 IT 생산 대국으로 떠올랐다. 올해 중국 전자업계 생산규모는 2001년보다 20% 증가한 1조6500억위안으로 예상돼 지난 2000년 이후 세계 생산점유율에서 한국을 훨씬 앞서고 있다. 대만을 비롯한 일본·미국·유럽 업체들이 속속 중국으로 생산거점을 옮기고 있기 때문에 이같은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상반기에만 해도 도시바가 상하이에 IT생산거점을 마련, 수백억원을 들여 컴퓨터·DVD·비디오 등 AV기기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기지로 육성키로 했다. 이미 진출해 있는 인텔도 펜티엄4 조립생산을 위해 상하이에 1억달러를 투자키로 했고 델컴퓨터는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 있는 대규모 PC 생산시설을 중국 시아먼으로 옮겼다.

 올 상반기 또 하나 눈에 띄는 특징은 반도체 시장 회복세다. 올 1분기 반도체 팹(웨이퍼 가공라인) 가동률이 1년 만에 상승세로 반전한 데 이어 2분기(4∼6월) 내내 80%를 넘어서고 수주대출하비(BB율)도 크게 늘어나는 등 시장회복세가 뚜렷하다. 6월 팹 가동률 역시 87%에 달해 4월 80%를 기록한 이후 3개월 연속 80% 이상의 가동률을 유지했다. 6월 들어서는 반도체 주문 135억달러, 출하 108억달러로 BB율도 1.44를 기록하면서 주문 114억달러, 출하 96억달러로 1.18을 기록한 5월에 비해 크게 늘었으며 주문 129억달러, 출하 97억달러로 24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 4월의 1.33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주요 업체들의 생산도 활기를 띠고 있다. 인텔이 반도체 수요 회복에 따라 20억달러를 투자, 아일랜드 반도체공장 건설을 재개키로 했고 일본 도시바는 메모리반도체 등 반도체 시황이 회복됨에 따라 4개 반도체 공장들을 풀가동하고 있다.

 반도체 시장 회복세는 다른 부문에도 영향을 끼쳤다. 지난해 전례없는 PC출하량 감소를 겪은 컴퓨터 부문은 올해 PC가격인하 및 교체 수요 등으로 작년대비 4.7% 증가가 예상되면서 상반기부터 업체들이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상반기동안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태평양과 유럽지역에서 하드웨어 출하가 2∼5% 증가했다.

 휴대폰의 경우 중국·동남아 등지에서 수요가 꾸준히 늘어 올해 전체적으로 4억∼4억2000만대로 지난해 3억8000만대에 비해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업체들의 생산도 여기에 맞춰지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올 1분기 휴대폰 판매량에서 9.6%의 시장점유율로 노키아(34.75%)와 모토로라(15.5%)에 이어 3위를 차지했으며 상반기 전체 출하량에 있어서도 경쟁 업체와 달리 큰 폭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가전 부문에서는 ‘2002 한·일 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행사로 한국·일본 등 아시아와 유럽에서 차세대 가전제품 수요가 발생했다. 특히 LCD TV는 수요 증가에 따른 생산증가율이 가장 커 올해 상반기에만 이들 지역에서 작년 같은 기간대비 4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