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이후에 대비하자.’
요즘 IT업계의 최대 이슈는 단연 ‘포스트 월드컵’이다. 게임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신작 발표를 서두르는가 하면 각종 이벤트를 기획하는 등 그동안 월드컵 열기에 움츠러들었던 비즈니스를 본격 재개할 움직임이다. 여기에는 월드컵 열기가 자사의 게임열풍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도 빠짐없이 담겨 있다.
하지만 업계의 이같은 포스트 월드컵 대책들은 다소 근시안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일단 분위기부터 반전시켜 놓고 보자는 생각이 앞서다 보니 월드컵을 통해 얻은 많은 가능성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월드컵은 한국축구뿐 아니라 한국 게임산업의 가능성을 동시에 확인하는 자리였다.
축구는 둥근 공 하나면 빈부격차나 종교적 차이도 무용지물로 만든다. 아프리카의 변방 세네갈이 8강 신화를 이룬 감동의 드라마도 축구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게임산업도 축구에서 배울점이 많다. 축구가 둥근 공 하나만 있으면 세계 정상이 될 수 있듯 게임산업 역시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PC 한대만 있으면 얼마든지 세계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축구의 4강 신화를 얘기할 때 히딩크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한국축구를 처음 만났을 때 기술은 뛰어난데 체력이 모자란다는 정확한 분석을 내놓았고 곧바로 강력한 ‘파워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결국 이는 월드컵 4강이라는 업적으로 나타났다.
게임산업도 축구와 마찬가지다. 한국 게임산업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기술력은 뛰어난데 창의성이나 마케팅 능력이 부족하다고 진단한다. 하지만 우리 게임업계는 이런 약점을 입버릇처럼 얘기하면서도 정작 이에 대한 고강도 처방에 인색했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이는 업계뿐 아니라 정책을 입안하는 정부당국의 책임도 없지 않다. 계속 단기적인 시장활성화 처방으로 ‘다람쥐 쳇바퀴’를 돌 것인가. 월드컵을 계기로 이제 게임강국을 향한 마스트플랜을 다시한번 점검해봐야 할 때다.
<문화산업부·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