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의 웹애플리케이션서버(WAS)사업부문 정리는 글로벌 이슈가 아닙니다. 단지 한국 고객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사건일 뿐입니다.”
25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막을 올린 ‘2002 HP소프트웨어포럼’의 아태지역 기자회견장에서 한 참가자가 던진 말이다.
컴팩과의 합병작업이 마무리된 직후라 향후 HP의 소프트웨어사업 방향에 대해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지만 미들웨어사업부문 철수문제에 관심을 보인 것은 한국 기자뿐이었다.
합병 이후 단기간에 매출을 극대화해야 할 HP 본사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수익창출이 어려운 데다 전통적인 WAS 시장 강자들과의 경쟁이 어려운 상황에서 미들웨어사업부문을 정리하는 것은 어쩌면 예견된 수순이었다.
그러나 한국의 사정과 입장은 조금 다르다. 그도 그럴 것이 아태지역, 더 나아가 전세계적으로 한국만큼 HP WAS제품인 HP AS 도입에 적극적인 반응을 보인 곳은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한국HP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WAS 영업 이후 HP AS를 무상으로 내려받아 사용 중인 고객이 상당수에 이르고 최근 공급계약을 체결한 삼성생명·기업은행 등 대형 고객도 10여개에 이른다.
문제는 이들 고객에 대한 지속적인 사후지원 여부다. HP 본사 측에서 WAS사업에 대한 정확한 비전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당장 애가 타는 것은 한국HP다. 사후지원 문제에 대해 무상으로 제품을 공급한 고객은 제쳐두더라도 이제 막 영업이 결실을 맺기 시작한 대형 고객사의 관리에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본사 관계자들은 일단 BEA시스템스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지원책을 고려 중’이라며 애써 피해갔지만 기존 고객에 대한 뚜렷한 대책을 묻는 질문에는 머뭇거렸다.
한국HP 관계자는 “금융 고객 등을 확보하기 위해 투입한 수개월의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싶어 속이 탄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HP가 웹서비스 시장 진출을 위해 짧은 기간에 발을 담갔던 WAS사업을 포기하면서 너무 신속하게(?) HP AS 제품에 애정을 보인 국내 기업들만 ‘개밥에 도토리’ 신세가 된 꼴이다.
<시애틀(미국)=엔터프라이즈부·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