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IT 투자시장은 어느 때보다 꽁꽁 얼어붙었다. 언스트&영과 벤처원의 공동조사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벤처캐피털들의 신생업체에 대한 투자 규모는 98년 이래 최저 수준인 51억달러로 곤두박질쳤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3%나 줄어든 것이다.
벤처뿐 아니라 기존 기업들도 자금에 목마르기는 마찬가지다. 더구나 이들은 신용평가기관의 잇따른 신용등급 하향조정으로 얼어붙은 금융시장에서 투자자금을 끌어오는 것이 더욱 어렵게 됐다.
특히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가 지난 5월 ‘심포지엄/ITxpo’ 참가자 36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8%가 회사의 IT 예산을 늘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는 등 IT 수요침체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IT 기업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IT 기업들은 연말까지 투자를 동결하거나 축소할 것으로 점쳐진다.
실제 가트너와 골드먼삭스증권이 공동으로 델컴퓨터·IBM 등 주요 IT 기업의 경영진을 대상으로 투자계획을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8%가 올해말까지 투자를 늘리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그러나 IT 기업들은 극심한 자금압박에 처한 상황에서도 돈이 될 만한 특정 분야에 대한 투자는 오히려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일례로 일본 최대의 통신사업자인 NTT는 이달초 기존 통신망에 대한 투자를 동결하고 음성 위주의 통신망을 음성 및 데이터를 동시에 주고받는 VoIP 망으로 교체하는 데 주력하는 것을 골자로 한 5개년 계획을 발표, 디지털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해 세간을 놀라게 한 바 있다. 또 뉴욕에 있는 나노비즈니스연합회(NBA)에 따르면 미국의 사설 벤처캐피털들의 올해 나노분야 투자액은 10억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 99년 1억달러와 비교해 10배나 늘어난 것이다.
IT 기업들은 급부상하고 있는 신흥시장인 중국에 대한 투자도 대폭 확대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 업체인 인텔은 지난 5월 중국 상하이의 펜티엄4 조립 및 테스트 공장에 지난해 9월 계획한 1억9800만달러 외에 3억200만달러를 추가로 투입, 생산라인을 대폭 증설키로 했다. 또 모토로라는 이달 강화된 대중국 전략을 발표하면서 중국내 18개 R&D센터에 10억달러를 추가로 투입키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밖에 도시바는 70억엔을 투자해 중국 항저우지역에 대형 PC공장을 설립, 내년 4월부터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연 240만대를 생산할 계획이며 대만의 TSMC는 중국에 설립할 예정인 8인치 웨이퍼 공장에 향후 8년간 총 100억달러를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시장 회복기에 대비한 첨단기술에 대한 선도투자도 지속되고 있다.
일례로 삼성전자를 비롯해 인텔·TSMC 등 주요 반도체 업체들은 당초 내년 하반기로 예상했던 300㎜ 웨이퍼 대량생산체제 확보 시점을 이르면 하반기, 늦어도 내년초로 앞당기기로 결정하고 대대적인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경기 침체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IT 기업들은 상당한 기간이 지나야 투자에 대한 결실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