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정보통신부가 MPLS(Multi-protocol Label Switching) 기술을 기반으로 한 ATM망 구축 3단계 계획을 발표한 것은 대내적으로는 최근 인터넷환경의 기술흐름을 반영하고 대외적으로는 국내 네트워크장비산업의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정부는 그동안 ATM 장비를 개발, 상용화 수준까지 발전시켜왔지만 인터넷환경이 대용량 트래픽을 처리하는 부문에 초점이 맞춰지는 바람에 내수가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인터넷환경이 고품질(QoS) 위주로 발전함에 따라 ATM이 재부상, 이의 도입문제가 인터넷의 고품질화와 직결되는 양상을 보이자 발빠르게 대처하고 아울러 장비산업의 활성화도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의미=일단 지금까지 일궈놓은 인터넷강국이라는 위상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인터넷환경이 ALL IP화하고 있고 이와 관련, 고품질 인터넷에 대한 수요가 점차 확산될 것이라는 기술적 추세도 한몫 하고 있다. 지금까지 구축한 전자정부서비스와 고품질 인터넷서비스를 연계해 정부의 업무능률 및 대국민서비스 개선도 목표다.
현재의 인터넷은 기술특성상 품질이 보장되지 않아 고도화돼 가는 국가정보화 추진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우선 공공기관용으로 구축, 활용하고 이를 공중망으로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더 나아가 ADSL 이후 활로를 잃고 있는 국내 네트워크 장비산업의 활성화도 목표 중 하나다.
◇추진계획=모두 813억1000만원을 들여 3단계로 추진된다. 1차연도인 올해에는 381억1000만원을 투입, 차세대 정보통신망의 핵심기술인 MPLS 기능이 제공되는 ATM 장비를 한국인터넷교환노드(KIX)가 있는 전국 12개 대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구축하고 국가망사업자의 고품질 인터넷망간 상호연동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후 KIX를 통해 공중망 MPLS망에 대한 상호연동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 기간에는 시범서비스가 제공된다. 상용화단계로 들어서는 2차연도인 2003년(175억원)에는 12개 지역 이외의 지역에 MPLS 기능이 탑재된 ATM 장비를 설치해 고품질 인터넷망을 구축하고 국가망 인터넷망을 점차 고품질 인터넷망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또 완성 및 활성화단계로 지칭되는 3차연도인 오는 2004년과 2005년(257억원)에는 국가망 인터넷망을 순수 ATM기반 고품질 인터넷망으로 통합, 완성하고 지속적으로 망 고도화에 나설 예정이다.
◇전망=문제는 민간업체들이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한다고는 하지만 KT 등 민간기업이 적극적으로 따라줘야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의도대로 KT 등 민간기업이 따라만 준다면 세계 최고의 고품질 인터넷망을 구축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공공부문의 정보화는 물론 전자정부의 구현속도도 빨라지고 민간부문의 VOD·인터넷방송 등 응용서비스는 물론 B2B·B2C 등 e비즈니스의 확산이 급류를 탈 것으로 보인다. 회선서비스 역시 FTTC·xDSL 등 가입자망 기술의 확산으로 현재 평균 3Mbps의 속도에서 오는 2005년께는 20Mbps로 고속화될 전망이다. 특히 시장주도적인 기술흐름을 잘 활용하면 경우에 따라서는 교환기·CDMA·ADSL에 이어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