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스라엘과 위기관리

 “현재 이스라엘의 경제는 쉽지 않은 처지에 놓인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습니다.”

 전세계 15개국에서 온 30여명의 기자를 초청한 기자회견장에서 이스라엘 산업통상부 아미르 하이엑 차관은 이렇게 말을 꺼냈다.

 세계 정보기술(IT)산업의 침체, 특히 미국 시장의 냉각은 하이테크산업에 의존하던 이스라엘 경제에 큰 타격을 입혔다. 더욱이 팔레스타인의 무장봉기인 인티파타의 발발과 이어지는 폭탄테러 소식은 제3국의 이스라엘에 대한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하이엑 차관은 “이스라엘 경제가 어려운 것은 세계적인 차원의 IT산업 위축 때문이지 불안한 정치적 상황 탓이 아니다”며 “이스라엘은 앞날을 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돌이켜보면 이스라엘의 역사는 바로 위기를 기회로 바꿔온 역사였다. 좁고 척박한 땅에 많은 인구를 가진 이스라엘은 하이테크산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이스라엘 경제의 기반이 됐다. 적대적인 이웃과의 긴장관계 속에서 군사기술의 개발 및 민간이전을 통한 기술적 도약을 이뤄냈다.

 90년대 초 인구 650만명의 나라에 100만명 가까운 러시아 유대인이 몰려올 때도 이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그 기술력과 두뇌를 활용하기 위해 독자적인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구축했고 그 결과 이스라엘은 오늘날 첨단기술력을 가진 신생기업들의 요람으로 자리잡았다. 국내 시장이 작고 투자자가 적은 한계를 해외 투자유치와 나스닥 등록으로 극복했다.

 이스라엘의 벤처투자자들 역시 “지금의 위기는 유망한 신생기업에 투자하기 좋은 때”라며 낙관하고 있다.

 하이엑 차관은 기자들에게 기술과 아이디어를 지닌 신생기업과 투자자들을 위한 새로운 지원책을 내놨다.

 그는 “상황이 좋지 않다고 R&D 투자를 줄인다면 미래는 없다”고 말한다.

 위기를 기회로 승화시킨 이스라엘이 이번 위기를 또 어떻게 기회로 바꿔놓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문득 우리의 기업인·관료들은 지금의 위기 속에서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텔아비브(이스라엘)=국제부·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