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가전시장인 북미지역의 디지털TV 시장을 놓고 한국과 일본업체간의 패권다툼이 시작됐다고 한다. 일본업체들은 지난 4월부터 다양한 모델의 제품을 내놓고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국내업체들도 42인치부터 63인치에 이르는 제품을 출시해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이라고 한다. 우리는 국내업체들이 이제 막바지에 접어든 월드컵을 통해 높아진 밸류코리아와 기업의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북미지역의 디지털TV 시장선점에 성공해 일류로 재도약하는 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 지역의 시장 선점경쟁은 우리한테 여러 면에서 큰 의의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북미지역은 세계 최대의 벽걸이(PDP)TV 시장인데다 디지털전자제품 경연장으로 앞으로 세계시장의 판도를 가늠해 보는 잣대가 될 수 있다. 또 고기능 첨단 제품일수록 소득수준이 높은 선진국에서 시장이 형성되고 이것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는 게 그간의 상례다. 이런 이유로 시장 초기부터 국내 정보가전업체가 북미지역의 경쟁에서 일본에 밀린다면 차세대TV 시장선점은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런 관점에서 국내 업체들이 올해를 세계 디지털TV 패권 확보의 원년으로 삼아 그 중심지인 북미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일은 기업의 생존이 걸린 중차대한 문제다.
만약 우리가 이 지역 시장을 초기에 선점한다면 국내 업체는 차세대TV 시장의 강자로 군림할 수 있다.
세계 PDPTV 시장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15만대에 불과했던 세계시장은 올해 65만대, 오는 2005년 340만대 규모로 꾸준히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다. 이 중 전체의 30% 가량을 북미시장이 차지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오는 2005년부터 아날로그방송을 전면 중단하고 디지털방송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미국 중심의 북미시장에 교두보를 확보하느냐의 여부는 LCDTV를 포함해 차세대TV 시장을 누가 선점하느냐와 직결되는 일이다.
한국과 일본은 첨단인 PDP모듈 제조기술을 함께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세계 최초로 최대의 PDPTV를 개발한 바 있듯이 전반적인 기술력에서 다소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국내 업체들이 북미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해야 3년후 100만대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이 시장의 패권을 잡을 수 있다. 국내 업체들은 현재 유통점 강화와 제품인지도 제고 등 영업·마케팅 강화와 함께 가격인하를 통한 시장주도권 확보에 나선다는 전략이라고 한다. 일본업체들의 공세에 맞서 △제품수율 제고를 통한 가격인하 △전문전시회 참가 등을 통한 집중적 마케팅 △제품인지도 제고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선점 요인은 많지만 역시 관건은 가격경쟁력이다. 우리 업체들이 추진하는 수율을 높여 제품가격을 인하하는 대신 마케팅을 강화한다는 전략은 이런 점에서 타당하다. 소비자의 심리는 같은 품질의 제품이면 당연히 가격이 싼 제품을 찾게 마련이다. 원가는 최대한 줄이는 대신 지속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생산비를 내림으로써 제품의 대중화를 유도해 나가면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다음은 현지화 전략이다. 현지인의 취향과 구미에 맞는 모델의 제품을 생산해 관세부담을 줄이면서 시장을 공략해야 할 것이다. 이밖에 세계 유수업체와 제휴해 제품의 공동개발 및 상호구매를 확대해 나가는 것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