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다시뛰는 블루투스의 현장

  ◆김정민 지씨티세미컨덕터 SoC팀 부사장(jeemee@gctsemi.com)

 세계 블루투스의 기술현황 및 시장동향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블루투스콩그레스 2002’가 전세계 20여개국에서 170개가 넘는 업체가 참가한 가운데 최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렸다. 우리나라에서도 필자의 회사를 비롯해 모바일프리즘, 클립컴 등 5개사가 참가하고 전체 참가업체수도 지난해에 비해 상당히 늘어났다.

 이번 전시회는 블루투스 기술이 일반에 공개된 지 4년여가 지난 터라 블루투스가 최종 소비자에게 어느 정도 어필할 수 있는지 그 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척도를 파악한다는 점에서 전세계 IT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올해초까지만 해도 IT업계의 전반적인 불황과 경쟁제품으로 간주되는 무선랜 ‘WIFI’가 광범위하게 보급되면서 블루투스 시장전망은 비관적이었다. 하지만 IT경기의 회복세에 힘입어 세계 주요 반도체업체들이 잇따라 신제품을 내놓고 블루투스가 고유의 독자영역을 중심으로 제품에 탑재되는 형태로 발전되면서 이번 전시회에 대한 업계의 기대는 상당히 컸다.

 이에 부응하듯 이번 전시회에서는 블루투스를 이용한 초기수준의 제품보다는 안정화되고 실용적인 솔루션이 많이 선보였다. 특히 블루투스 시장의 조기 정착에 결정적인 잣대로 생각되고 있는 5달러선 칩 솔루션이 대거 출품되고 초기에 문제가 됐던 성능 문제도 업계의 안정화 노력으로 상당부분 해결된 것처럼 보였다.

 몇몇 업체에서는 자동차와 같은 열악한 작동 환경에서도 제성능을 발휘하는 상용화 가능한 제품을 선보여 주목을 끌기도 했다. 또 필자의 소속 회사 등 일부 업체는 MP3플레이어와 같은 멀티미디어 애플리케이션에 블루투스를 적용한 솔루션을 소개하기도 했다.

 눈에 띄는 것은 블루투스1.1 버전의 공식적인 스택과 프로파일 이외에도 추가적으로 개발된 새로운 프로파일과 일부 소프트웨어 개발 전문회사가 이들 프로파일을 칩이나 시스템업체에 포팅(특정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소프트웨어 변형작업)하거나 인증과 사후관리 등을 대행하는 분위기로 점차 변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블루투스의 보급확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동통신분야에서도 블루투스 기능을 탑재한 GSM방식의 단말기들이 대거 선보이기도 했다.

 참가한 대다수의 업체들은 블루투스가 저전력과 높은 이식성으로 궁극적으로 시장이 곧 개화될 것이라는 포괄적인 공감대를 갖게 됐다. 또 올해말부터 이를 탑재한 일반 상용제품이 속속 시장에 선보일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초창기 블루투스에 대한 지나친 막연한 기대감이 최근의 비관적인 전망을 도출했다면 이번 전시회에서는 세계적인 반도체, 이동전화단말기, 컴퓨팅기기업체들이 다양한 상용 솔루션을 내놓으면서 블루투스의 시장 가능성을 각인시켰다고 보여진다.

 하나의 표준이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더불어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여기에는 예외가 없었으며 현재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USB나 PCI의 시장진입도 마찬가지다. 이 점에서 블루투스도 같은 과정을 겪고 있다고 판단된다.

 다만 세계적으로 무선통신에 대한 관심이 어느때보다 높아있고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IT업체간의 경쟁은 블루투스 시장을 좀 더 빨리 확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이번 전시회에서 느낀 결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