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한일월드컵 공동 개최국인 일본은 가전제품 메이커는 월드컵 특수를 제대로 누린 반면 패밀리레스토랑 업계는 오히려 역풍에 시달렸다.
닛케이비즈니스 최신호에 따르면 이번 월드컵 기간 중 가전제품, 축구관련 게임 소프트웨어, 비디오대여점 등이 호황을 누렸으나 패밀리레스토랑, 일반주점, 레저시설 등은 이용객 감소로 인한 매출부진에 시달렸다.
월드컵 혜택을 맘껏 누린 업계는 가전제품 메이커. 가전제품 양판점인 라오크스에 따르면 지난 5월 텔레비전 판매액은 전년동기 대비 약 70% 늘었다. 특히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액정TV 등 대형, 고화질을 자랑하는 고가제품이 인기를 끌었다. 판매대수 기준으로 PDP가 5배, 액정TV가 2.6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비디오테이프 판매도 늘어 양판점인 고지마에 따르면 예년 같은 기간에 비해 1.5배 팔렸다.
위성방송 가입자수도 급증했다. 전시합을 무료로 방송한 스카이퍼펙트커뮤니케이션스(이하 스카파)는 지난 5월 한달간 11만8000건의 신규 가입자를 유치했다. 이 수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배에 해당하는 것이다. 스카파는 이번 월드컵을 통해 위성방송 전용 튜너와 안테나를 일반 가정에 보급시키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스카파측은 “해외스포츠 시청을 목적으로 하는 가입자들 중 상당수가 영화나 음악 등 다른 프로그램도 보고 있다”며 “월드컵 이후에도 이같은 효과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혀 이번 특수가 월드컵 이후 가입해약 사태로 이어지지 않고 위성방송 활성화로 이어질 것을 기대했다.
축구관련 게임 소프트웨어도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코나미가 지난 4월 말에 출시한 ‘월드사커 위닝일레븐6’는 6월 중순에 100만개 판매를 돌파했다. 스포츠관련 게임으로서는 이례적이다. 비디오대여점 또한 특수를 누렸다. 컬처컨비니언스클럽이 운영하는 비디오대여점인 ‘쓰타야’에서는 5월 중 축구관련 비디오 대여가 예전의 4배를 넘어섰다.
외식업계는 맥도널드, 피자헛 등 패스트푸드가 호황을 누렸으나 패밀리레스토랑과 일반주점 등은 텅빈 자리에 속을 태워야만 했다. 유명 주점 체인인 ‘와타민’은 6월 매출이 전년대비 10%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패밀리레스토랑인 ‘로얄’은 월드컵 개막 후 매출이 7% 줄어들었다.
레저시설 업계도 관객감소로 고전하고 있다. 유니버설스튜디오재팬의 대니얼 잰센 부사장은 “(유원지 입장을 위해)기다리는 시간이 줄어든 지금이야 말로 즐길 수 있는 찬스”라고 말해 관객이 줄어들고 있는 사실을 반증했다. 도쿄디즈니랜드를 경영하는 오리엔털랜드측은 “6월은 본래 장마철로 관객이 줄어드는 기간이라서 (지금 관객이 적어진 것이)월드컵 때문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도쿄=성호철특파원 hcs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