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IT시장 상반기 결산>(3)매출

 올해 1분기(1∼3월) 결산을 끝낸 세계 정보기술(IT)업계는 회생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접어야 했다. IT 업체들은 너나할 것 없이 올해 매출목표를 낮춰 잡았다. 컴퓨터·통신·반도체 등 업계 전반에 걸쳐 하반기에도 바닥을 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뤘다.

 IT 업계 핵심부문인 PC산업의 앞날은 특히 어두웠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세계 PC산업이 기대만큼 회복되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하면서 ‘3년’ 만에 한번씩 돌아온다던 PC 교체주기도 ‘4년’으로 늘렸고 두자릿수에 육박할 것이라는 당초 전망치를 속속 ‘제로(0)%’대로 떨어뜨렸다. 올해 IT투자 증가율 예상치를 1%로 낮춘 자문업체 리먼브러더스의 한 애널리스트는 PC산업 성장률 전망치 역시 2%까지 낮췄다.

 상반기동안 부진탈출에 실패한 주요 업체 대표자들도 마찬가지로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2분기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9% 감소한 HP의 마이클 카펠라스 사장은 “기업 순익과 거시경제 상황이 여전히 불투명해 IT 부문 회복을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컴퓨터 경기가 당분간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플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프레드 앤더슨은 “5월 말에서 6월 초에 나타나던 계절적 판매증가세가 올해는 거의 없다”며 “PC 소매시장이 전세계적으로 부진하며 유럽 시장은 미국보다 회복이 더 느린 편”이라고 토로했다. 애플은 수요 부족과 유럽·일본의 판매위축 등으로 2분기 매출이 목표치인 16억달러를 밑돌 것으로 집계됐다. 

 중앙처리장치(CPU)에 대한 전망도 속속 하향돼 반도체 업계 전체에 드리운 ‘먹구름’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세계 업계에서는 올해 CPU 시장성장률을 예년보다 낮아진 8%로 잡았다. 심지어 18개월마다 반도체의 처리 속도가 2배 빨라진다는 ‘무어의 법칙’도 최근 상황에서는 잘 맞지 않아 주기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텔이 유럽에서 판매부진을 이유로 4∼6월 매출치를 하향 조정했다. 인텔은 올해 PC용 칩 판매량이 7억달러 수준으로 당초 예상을 밑돌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업계 2위인 AMD는 2분기에 매출이 대폭 줄었다. 2분기 매출 예상은 당초 8억2000만∼9억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6억2000만∼7억달러 수준에 불과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오랜 동안 생산과잉에 시달려온 D램 시장은 더욱 얼어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통신업계 역시 불황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상반기 동안 미국 최대 장거리통신업체 AT&T의 주가가 11년여만에 최저수준으로 곤두박질치는가 하면 2위 업체인 월드컴은 사업부진에 회계부정이 겹치면서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는 통신분야 과당경쟁, 막대한 제3세대(3G) 이동통신 사업자 응찰비용과 이에 따른 순익악화에 기인한다. 유럽의 경우 상황은 더 안 좋다. 영국 보다폰은 유럽내 3G 이통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130억파운드를 쏟아부은 탓에 자금압박에 시달리고 있고 프랑스텔레콤(FT)은 회사 연순익의 3배에 달하는 돈을 내고 사업권을 얻었다. FT는 물론 도이치텔레콤(DT)·브리티시텔레콤(BT) 등 통신 3사 응찰비용은 총 1500억달러에 달했다. 앞으로 통신업체들은 응찰비용과 맞먹는 돈을 설비에 투자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경기침체로 3G 이통수요 전망이 어두워 사업을 시작할 생각조차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신서비스업체 부진의 불똥은 곧장 단말기 제조업체로 튀었다. 지난 2000년까지 매년 50%라는 기록적인 매출증가를 기록했던 세계 최대 휴대폰 업체 노키아는 올 1분기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대비 12% 감소했고 이같은 추세는 2분기들어 다소 나아져 작년 동기비 6% 하락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2분기에는 휴대폰 판매도 작년 동기비 10% 이상 늘어나면서 시장점유율도 38%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긍정적인 싹은 남아있다. 휴대폰 업체 모토로라는 2분기 매출이 당초 추산한 64억달러보다 소폭 늘었고 최대 네트워크 장비업체 시스코시스템스 역시 전년대비 2% 판매증가세를 보이면서 훈풍을 예고했다. 하지만 업체들의 성장 폭이 크지 않고 경쟁업체들의 어려움이 여전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 두마리의 ‘제비’가 부진의 수렁에 빠진 IT시장에 봄을 몰아오기는 힘에 부칠 것이라는 중론이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