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부터 국내 제조업체들은 자사 제품의 결함으로 인해 소비자가 다치거나 재산상의 피해를 보면 무조건 배상해야 한다. 또 그동안 소비자에게 미뤄왔던 제품결함 여부에 대한 입증 책임을 져야 하고, 소비자들은 제품을 잘못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만 증명하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물건을 만들거나 판매한 기업이 그 물건의 결함 때문에 신체상·재산상의 손해를 입은 소비자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제조물책임(PL:Product Liability)법이 이달 1일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사실 소비자 보호를 강화해야 할 당위성은 아무리 강조하더라도 지나치지 않다. 또 소비자 안전을 우선시 하는 제품을 만들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것이 주지의 사실이고 보면 우리 정부가 PL법을 시행(2000년 1월 제정)하면서 소비자 주권시대의 문을 활짝 열어 제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본다.
물론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PL법은 엄청난 부담이다. 소비자 권익이 보호되는 만큼 제조업체의 책임이 무거워지고 기업 경영의 위험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원가상승 및 신제품 개발의 지연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가능성도 높다. 2년반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됨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 기업, 특히 중소기업의 대다수가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려되는 상황이라 아니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소비자들의 집단 소송이다. PL법을 잘못 이해한 소비자의 소송이 크게 늘어나게 되면 기업활동이 크게 위축될 뿐 아니라 자칫 대규모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문을 닫아야 된다.
세계 각국이 PL법을 제정·시행하면서 구체적인 결함여부 판정과 배상책임 범위 마련에 골몰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뒤늦게 발견된 결함이 기업 이미지를 훼손시킬 뿐 아니라 엄청난 피해를 야기한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PL법 시행이 기업에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PL법 시행을 계기로 국내 제조업체들이 그동안 외면해왔던 제조물의 안전성 강화에 나서게 되면 우리 기업의 국제 경쟁력 및 해외 영업력이 그만큼 제고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도 크기 때문이다.
국내 제조업체들이 전향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PL법 시행을 무조건 반대하거나 외면하면서 법망을 빠져나가려는 것보다는 기업이미지 제고 및 차별화의 계기로 삼아 제품경쟁력을 높여 나가는 것이 기업의 장래에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이제 PL법 시행은 거스릴 수 없는 대세다. 따라서 국내 제조업체들은 지금부터라도 제품의 설계·제조·판매단계에서 결함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야 한다. 미처 예방하지 못한 결함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체제구축도 필요하다고 본다. 대형사고를 막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손해배상 재원 확보와 제조물책임보험 가입은 필수다. 보험맹신은 금물이나 PL 소송에 따른 피해확산을 막을 수 있는 안전장치의 하나로 활용할 수 있다. 아울러 PL소송에 대응할 수 있는 PL 사전예방조직의 설치도 적극 검토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소극적 방어보다는 적극적인 예방활동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