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경제가 잇따른 대기업의 회계부정사건으로 몸살을 앓고있는 가운데 복사기 제조업체인 제록스와 애플컴퓨터에 대해서도 회계부정과 비도덕적인 주식처분 의혹이 제기돼 미국 IT기업들의 도덕성이 치명타를 입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제록스는 회계감사 결과 60억달러 이상의 매출이 부적절하게 회계처리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해 4월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회계부정 조사 타협안에 따라 지난 97년에서 2001년까지 제록스에 대한 회계감사를 벌인 결과, 조기 계상된 매출액이 당초 SEC가 추정했던 규모를 훨씬 넘어서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SEC는 당시 지난 97년에서 2000년 사이 조기계상 등의 방법으로 처리된 매출액이 30억달러 규모인 것으로 추정했으나 2001년까지 포함된 새 회계감사 결과 5년간 부적절하게 처리된 금액은 60억달러를 넘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록스의 대변인인 크리스타 카론은 60억달러라는 규모에 대해서는 논평하기를 거부했으나 97년에서 2001년까지를 대상으로 한 조사가 미치게 될 영향에 대해 “당초 보고한 925억달러의 매출 가운데 20억달러 미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컴퓨터는 최근 2년 동안 두차례 회사이익 목표달성이 어렵다는 경고성 발표를 내놓아 주가가 폭락하기 직전에 중역들이 보유주식 수백만주를 처분한 것으로 드러났다.
SEC에 따르면 CFO인 프레드 앤더슨을 비롯한 6명의 애플 중역들은 주가가 24달러대를 호가하던 2001년 4월 22일과 5월 31일 사이에 4900만달러 어치가 넘는 190만 애플주를 처분했다. 같은해 애플은 6월 18일 6월 마감하는 분기수익이 예상을 밑돌게 될 것이라는 경고를 해 주가가 17달러까지 떨어졌다.
또 이전 회계연도에도 애플의 중역들은 2100만달러 이상에 해당하는 37만주의 애플주를 매각한 1개월 뒤 매출악화 경고로 주가가 반토막 난 바 있다.
애플측은 맥 동호인 사이트인 ‘리세스런스닷컴’에서 중역들의 주식처분에 대한 공개질문을 받자 이는 전혀 잘못이 없다고 옹호하고 나섰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들은 애플 중역들의 이같은 주식처분은 의혹을 살점이 없다는 해명이 있더라도 이전의 결산 기간중 대량 매각처분의 전례가 없었던 점에 비춰 예외적인 행동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애플은 과거 다른 컴퓨터업계 중역들과는 달리 주식을 활발히 매각하지 않는 경향을 보여오다 일정 기간중에 대량으로 주식을 처분했다는 점은 충분히 의혹을 살만하다고 보고 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