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미국-시스코, 침체 탈출 `안정가도`

오랫동안 인터넷 경제의 ‘성장 엔진’으로 여겨졌던 네트워킹 장비회사인 시스코시스템스가 지난 해 봄 매출이 격감하면서 산호세 본사 직원 1500명을 포함해 모두 8500명을 해고하는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조치를 단행했다. 그로부터 1년 후 시스코 경영은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았다. 시스코는 아직 새너제이 지역 근로자가 1만4600명, 전세계 근로자수가 3만6000명으로 실리콘밸리 최대 고용업체의 하나다. 하지만 시스코 사내 근무여건과 분위기는 이전과는 크게 달라졌다.







 시스코는 설립 18년만에 가장 심각한 침체를 맞아 어쩔 수 없는 감원의 현실에 적응하고 있다. 판매 정체는 엄청난 감원압력으로 이어지며 현존 인력으로 생산성을 최대한 짜내야할 처지다. 시스코는 직원 1인당 연간 매출액 성장목표를 설정해 놓고 있다. 이 목표는 침체기간 중 급감한 생산성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이기도 하다. 시스코의 직원 1인당 매출은 2000년 가을 70만달러선에서 1년 전 45만달러선으로 떨어졌다. 그뒤 이 매출규모도 줄어들면서 신규채용이 같이 줄어들어 직원 1인당 매출은 지난 4월 현재 53만4000달러로 반등, 대부분 경쟁사를 앞지른 상태다. 시스코는 직원 1인당 매출을 침체 이전 수준으로 회복시키고 최종적으로 100만달러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현 인력 수준을 유지한 채 매출을 거의 두배로 끌어올려야 한다. 존 체임버스 CEO는 지금까지 경기가 더 추락하지 않는 한 감원은 1회에 그친다는 약속을 지켜왔다. 하지만 이 회사는 오랫동안 무시했던 정책으로 실적이 최하위 5%에 드는 직원을 감원하는 이른바 ‘비자발적 감원’ 정책을 되살려 분기마다 수백명씩 감원을 단행해 왔다. 시스코는 현재 이직 종업원들을 보충하지 않고 현존 인력에 생산성 증대를 다그치고 있다.







 시스코의 한 부서장은 “근무요구기준이 이전보다 강화됐다”며 “몇년 전 슬리퍼를 신고 집에서 근무하던 시절은 지나갔다”고 달라진 근무여건을 전했다. 시스코는 지난 90년대에 매출과 주가, 인력규모 모두 최고 정점에 달했었다. 시스코는 인터넷 트래픽 전송을 위한 방대한 네트워크 구축에 나선 기업의 주문에 맞추기 위해 지난 93년부터 2000년까지 70개 이상 기업을 인수하고 매달 1000명을 신규채용했다. 체임버스 CEO는 “절대 감원하지 않겠다”고 공언했고 오랫동안 이 공언은 지켜졌다.




 메릴린치증권의 샘 윌슨 분석가는 “시스코는 1년반 전에 저장기술개발팀이 6개, 음성기술 개발팀이 8개나 됐다”고 밝혔다.




 시스코는 덩치를 줄이고 주력사업에 전념하는 조치로 지난해 엔지니어링그룹을 두차례에 걸쳐 재편했다. 이제 시스코 직원의 승진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전보만이 있을 뿐이다. 시스코는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직원을 사내 다른 직종에 전보시키는 ‘패스파인더’라는 내부 채용시스템을 가동시키고도 있다.




 <박공식 기자 kspark@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