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단상]월드컵과 순수의 시대

 ◆<백갑종 농수산TV 대표이사 kj0021@NongsusanTV.co.kr>

이번 월드컵은 흥미로웠다. 한국 축구의 열정과 투지, 실력은 대단했다. 히딩크 감독은 영웅이 됐으며 세상은 ‘히딩크 경영학’을 배우자고 한목소리다. 월드컵의 경제적 효과도 수십조에 이른다고 한다.

 필자는 우리 선수들의 투혼을 지켜보면서 70년대를 떠올렸다. 70년대면 필자가 20∼30대 한창 젊었던 시절이다. 그 시절 우리는 정말 정신없이 일했다. ‘잘 살아보세’라는 노래와 ‘보릿고개를 넘어서자’는 구호를 들으며 밤낮으로 일했다. 개인적 입지와 영달을 위해서만 일하지는 않았다. 가난한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한편으로는 나라를 위해 기업·연구소·공장·정부부처가 한뜻으로 일했다. 그리하여 후일 우리 세대는 ‘40대 과로사’라는 한국병의 첫 주인공이 되는 불운을 맞이하고 말았지만 그 시절을 떠올려보면 그래도 ‘순수의 시대’가 아니었나 싶다.

 우리 선수들이 승리할 때마다 거액의 포상금을 받는다는 뉴스를 접했다. 그리고 생각해봤다. 선수들을 저렇게 뛰게 하는 여러 동인 가운데 포상금의 힘은 얼마나 될까.

 결론은 우리 선수들은 대단히 순수하다는 것이다. 잘 알려진대로 축구강국, 특히 유럽 선수들을 뛰게 하는 동인은 대부분 돈이다. 심하게 말하면 그들의 발길질 하나하나는 돈의 힘에 의한 것이다. 우리 선수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순수했다. 그들의 머리와 가슴에는 국민의 기대와 성원을 저버릴 수 없다는 열정과 절박감이 있었다. 거리와 광장으로 뛰쳐나와 ‘대∼한민국’을 연호하는 수백만 응원단은 이심전심으로 그것을 알았기에 목이 터져라 응원했던 것이다. 히딩크 감독도 우리 선수들과 국민의 그러한 순수함과 애국심에 감동받았다고 하지 않았던가.

 스포츠의 감동은 바로 그런 순수와 열정 속에서 피어난다.

 이번 월드컵에서 선수들과 히딩크가 보여준 순수와 열정을 보면서 우리 세대의 젊은 시절, 70년대를 떠올렸다. 부디 이번 월드컵이 끝나더라도 그런 순수한 열정이 기업현장을 비롯, 이땅의 모든 일터에서 불처럼 타올랐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가짐이야말로 분석가들의 ‘수십조 효과’보다 백배 천배 더 가치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