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사행성 오락실 고개들어

 

 최근 월드컵 축구가 열리고 지방선거가 실시되는 등 느슨한 사회분위기에 편승해 또다시 불법 사행성 오락실 영업이 고개를 들며 국민들의 도박심리를 부추기고 있어 걱정이 아닐 수 없다. 흔히들 도박은 담배, 마약과 더불어 끊기 어려운 행동 중 하나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만큼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오기 어려운 것이 도박인 것이다. 또 최근 고액복권 당첨과 같은 분위기에 편승해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들이 늘면서 도박장도 급증하는 추세다.

 검찰에 따르면 작년 말까지 300여개소에 불과했던 부산시내 불법 사행성 오락실이 500여개가 성업중이라고 한다. 가히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관광호텔 오락실이 내국인들의 사행심을 조장하고 풍속에 반한다는 이유로 폐쇄된 후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기 시작한 불법 사행성 오락실은 오래 전부터 사회문제를 야기시킨 온상이 되어 왔다.

 특히 문제인 것은 이들 오락실이 대부분 조직폭력배들이 운영권을 갖고 조직확대와 조직활성화를 위한 자금원이 돼왔다는 점이다. 자신들의 업권영역을 넓히기 위해 암암리에 서로 폭력을 행사하고 조직원을 늘려 나가며 점차 나이트클럽을 비롯한 야간업소의 이권과 마약 등의 판매에 개입함으로써 범죄확산의 한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시민들 또한 엄청난 피해자들이다. 이들 업소에서 돈을 잃어 가산을 탕진하거나 빚을 져 경제적인 고통을 겪는 것은 물론이고 사행심 조장 폐해 역시 심각하다. 물론 도박에 대한 피해는 도박을 하는 사람들에게 전적으로 문제가 있지만 사행성 도박장이 크게 늘고있다는 것은 관계 당국에서도 간과할 수 없는 점이라고 본다.

 오락실의 기업화도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이미 잘 알려진 수법이겠지만 단속을 피하기 위해 출입문을 폐쇄한 뒤 비밀통로를 설치하는 곳도 많다. 또 이들은 대부분 무전기를 가진 10여명의 감시조를 상시 운영하고 200대 이상의 각종 사행성 오락기를 설치한 곳도 있다고 한다.

 시상금을 최고 50만원이나 내걸어 하루 매출액이 1억원이 넘으며 하루 출입인원이 1000여명에 이르는 업소가 상당수에 달한다니 그 규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되니 양심적으로 법을 지키는 업소는 자연히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당국의 단속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과거 예에서 보듯 단속권한을 가진 공무원들의 태만이나 업소와의 유착관계 때문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이들 오락실 문제에 가볍게 대처해서는 안되며 지속적 단속으로 발본색원해야 한다.

 우정렬 부산 중구 보수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