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히딩크式 CIO論

 ◆신임하 머큐리인터액티브코리아 대표

온 국민이 하나 되어 열광하고 4강 진출의 위업을 이루었으며 그 승리의 기쁨에 열광했던 한일 월드컵 대회가 막을 내렸다. 한국 축구의 월드컵 4강 진출은 누구도 예상 못한 기적에 가까운 쾌거였다. 이는 거리에서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친 붉은 악마가 있었고 불굴의 투지와 강인한 정신력으로 유럽의 강호들을 물리친 국가대표 선수가 있기에 가능했다.

 열기는 식기 마련이다. 그러나 국민의 히딩크에 대한 사랑, 그의 리더십에 대한 배움은 오랫동안 식지 않을 것이다. 만일 히딩크가 한국 기업의 최고정보책임자(CIO)였다면 우리에게 무엇을 가져다주었을까.

 우리 국민들은 히딩크에게 월드컵 16강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그는 선수들의 체력을 강화시켰고 멀티플레이어로 탈바꿈시켰으며 강팀과의 평가전을 통해 자신감을 불어넣는 전략을 택했다. 히딩크 감독이 선수 체력강화를 전략으로 선언했을 때 축구계 전문가나 선수들 자신이 적잖이 놀랐을 것이다.

 그렇다면 IT부서원들에게 필요한 체력은 무엇인가. 프로그래밍·시스템분석 능력을 축구 선수의 드리블·패싱 기술과 비교한다면 ‘체력’은 곧 선진기술을 수시로 습득해야만 하는 IT전문가의 ‘어학능력’일 것이다. 또한 ‘품질관리를 통한 정보시스템의 경쟁력 배양’이 IT 체력향상의 지름길이다. 이를 위해 CIO는 최근 시스템통합(SI)업체를 중심으로 필요성이 대두되는 능력성숙모델(CMM:Capability Maturity Model)을 도입할 수 있다. 또는 각 IT부서의 상황에 따라 최소한의 테스팅 절차를 적용하는 게 필요하다. IT부서 직원의 경험에 의한 판단으로 시스템 부하테스트 등을 생략해 낭패를 당하거나 과다한 전산기기 투자로 인해 예산을 낭비하는 사례가 많다. 이같은 실수를 막기 위해서 히딩크가 선보인 철저한 준비태세(체력강화)의 교훈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날로 발전하는 IT기술은 관련 분야를 세분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CIO에게 필요한 전략이 ‘멀티플레이어 만들기’다. 하지만 멀티플레이어 체계를 구현하기 위해 구시대의 순환보직제를 재도입하는 것은 지극히 단편적인 생각이다. 예를 들어 히딩크는 멀티플레이어를 강조하되 포워드에게 미드필더 역할을, 미드필더에게 디펜스 역할을 보강해줄 것을 요구했을 뿐이다. 따라서 IT전문가도 관련 분야를 폭넓게 바라보는 자세를 견지하되 유관 부서와 적극적인 자세로 협력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것이 CIO가 히딩크에게서 배워야 할 점이다.

 히딩크가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선수들의 사기를 저하시킬 수 있다는 세간의 반대를 무릅쓰고 프랑스·잉글랜드 등 쟁쟁한 상대와의 평가전을 통해 얻으려고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강팀과의 경기를 통해 우리팀의 한계와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CIO도 직원의 기술력 파악, 현업 사용자의 만족도 조사 등을 고려할 수 있다. 시스템의 경우에도 최대 업무처리 가능 수의 평가, 운용 측정 등을 지기(知己) 전략으로 응용할 수 있다.

 

이같은 평가와 측정은 사용자의 입장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IT전문가의 시각으로는 자칫 실제 사용자를 외면한 우물안 개구리식 평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인터넷 환경에서 엔드유저가 느끼는 애플리케이션의 성능은 기업 내부의 IT인프라에 의해서만 좌우되는 게 아니다. 기업 외부의 네트워크·보안벽(파이어월) 등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단순히 서버용량이나 데이터베이스 사용율을 모니터링하는 것만으로는 결실을 맺을 수 없다는 점을 각인해야 한다. 또한 사용자 측면의 애플리케이션 성능측정, 문제해결을 구현함으로써 CIO와 IT직원들이 자신감을 배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히딩크의 전략이 IT업계에도 스며들어 CIO들이 기업내 경영진과 IT직원들이 공감하는 비전을 만들어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