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서해교전이후

 ◆이판정 넷피아닷컴 사장

 남북간 IT교류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서해교전이 벌어졌다.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내려진 2002 한일 월드컵이 대단원으로 치달으면서 한국과 터키의 3, 4위전 경기가 열리던 날의 일이어서 그 충격은 더욱 컸다.

 남한 내부에서는 “어떻게 그런 일이” “북한군 내부의 강경파에 의한…”이라는 분석과 “거봐라! 저쪽은 믿을 수 없는 곳…” 등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한 여론은 대체적으로 두 갈래로 나눠지고 있다.

 현 정부의 햇볕정책이 실패로 드러난 만큼 남북관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쪽과 이번 사태와 민간교류는 별개이므로 경제교류와 금강산관광 등은 지속돼야 한다는 쪽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반응 속에서 한 가지 공통점은 당분간은 남북관계가 냉각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외신들도 6·15 이후 우여곡절을 겪었던 남북간, 북미간 관계가 급속도로 다시 경색되고 있다는 보도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남북 교류에서 가장 활발한 성과를 냈던 IT분야도 어떤 형태로든 영향이 미칠 전망이다. 사실 그동안 IT분야의 교류는 다른 분야와 달리 ‘악의 축’ 발언이나 9·11테러 등 급격한 파동을 겪었던 국제정세와는 비교적 무관하게 진행돼 왔다. 또한 그 내용이 비정치적인 데다 오히려 북한 당국이 교류협력에 더 적극성을 보인다는 점에서 전망도 매우 밝은 편이었다.

 이에 따라 6·15 이후 만 2년 동안의 짧은 기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IT교류는 다양한 성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 이 가운데서도 남북합작 소프트웨어회사의 설립과 통신회담 성사 등은 국제적으로 많은 관심이 집중됐던 성과들이다. 특히 지난달초 사상 처음으로 평양에서 열린 남북 당국자간 통신회담에서는 베이징과 평양 등에서의 후속 회담이 약속되기도 했다.

 경제적인 입장에서 본다면 그동안 교류성과는 엄청난 투자의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그 결과가 서로 통할 것 같지 않았던 체제 이질감과 어려움 속에서 이룩됐다는 점에서 그 가치는 금전적으로 계산할 수 없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교류 상대방이 피를 나눈 민족이라는 점에서 본다면 앞으로의 시너지효과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번 사태에서 나타난 것처럼 IT분야 교류가 남북관계의 특성상 경제외적인 돌발사태, 즉 국가안보나 군사적 사건에 매우 민감하고 취약하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IT분야의 차원에서 바라보는 이번 서해교전의 배경과 향후 전망을 분석하기란 참으로 난감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남북관계는 경제적 득실계산으로만 볼 수 없다는 주장이 여론의 한편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IT교류를 서해교전과 같은 경제외적인 사태와 무관하게 이끌어 내기란 그리 간단치 않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서해교전이 있던 날 민간교류 방북단 50여명이 평양행 비행기에 올라 약속된 일정의 수행에 들어갔다는 사실이다. 또 현재 경제협력 차원에서 북한에 체류중인 수백여명 인사의 일정에도 변경이 없었다고 한다. 이런 정황으로 볼 때 북한 당국도 일단은 이번 사태를 그동안 지속돼온 민간 경제교류부문과는 별개의 사안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남한정부 역시 서해교전과 민간 차원의 남북교류 협력은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공식 발표를 내놓고 있다.

 서해교전이 구체적으로 IT교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는 당분간 지켜봐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이번 사태를 두고 무조건 흥분하며 긴장감을 몰아가는 것도 바람직한 일은 아닐 것이다. 한순간의 흥분으로 그동안의 성과와 노력이 무위로 돌아간다면 경제적 손실은 물론이거니와 교류 확대의 기초가 될 민족적 신뢰감도 함께 무너질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