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독립기념일을 앞두고 지난해 9월11일에 이은 ‘제2의 테러(일명 7·4 테러)’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미 정부와 정보기술(IT) 업계 및 학계의 테러 대응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최근 미 국방부와 연방수사국(FBI)을 비롯한 중앙정보부(CIA)·국토안전보장국·워싱턴 경찰당국 등이 오는 4일 추가 테러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서면서 뉴욕 소재 자유의 여신상과 사우스다코타주 국립추모관 등의 상공에 일시 비행제한 조치가 내려졌고 공공시설물에 대한 보안도 강화되고 있다.
물리적인 위협뿐만 아니라 컴퓨터 네트워크에 대한 사이버테러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미 정부와 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특히 국제 테러단체인 알카에다가 미국내 인프라를 관리하는 정부와 민간 컴퓨터 시스템에 관한 정보를 갖고 있다는 최근 보도 이후 정부와 IT업계의 관심은 사이버테러로 옮겨지고 있다.
◇예상피해=물리적 공간의 테러는 물론 사이버테러가 발생할 경우 금융·행정·의료·운송 등에 걸쳐 정보공백 상태가 발생하면서 재산피해와 함께 인명피해가 뒤따를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 9·11 테러로 인한 재산피해는 측정이 불가능할 정도였고 인명만해도 5000명이 사망·실종했다. 만약 다시 한번 테러가 발생한다면 피해규모는 지난해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전망이다. 테러공격 속성상 파급효과가 더 큰 테러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물리적인 피해도 문제지만 사회 전반에서 네트워크화가 진척되면서 정보시스템의 파괴로 인해 입게 될 피해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파장=테러가 발생할 경우 인적·물적 피해와 함께 산업마비 현상이 우려된다. 특히 소비자 및 기업 심리와 주가 등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판단이 불가능할 정도다. 지난 9·11 이후 전세계 경제가 일시 정지됐던 것으로 미뤄본다면 제2 테러로 입게 될 타격은 추정조차 힘들다. 일반인들조차 테러보다는 이후 파장, 특히 경제부문의 침체를 더 걱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뉴스위크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가운데 6명은 테러와 관련해 공격자체보다 이후의 경제와 일자리 문제가 심각해질 것을 꼽았다.
미국 산업계에서도 제조업지수가 간신히 상승세를 그리고 있고 주가도 제자리를 찾아가는 상황에서 제2의 테러는 산업활동을 마비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테러설’만으로도 급락을 거듭하는 등 간신히 숨만 쉬고 있는 세계 각국 증시는 실제 테러가 발생할 경우 회생불능 상태에 빠질 것이란 전망이 가능하다.
◇각 부문 현황=미 정부는 9·11 사태이후 테러를 막기 위한 국방과 국가안보 강화에 주력해왔다. IT지출도 두자릿수인 연평균 11%로 늘렸고 스마트카드나 방화벽, PIN과 함께 데이터 보안 등 정보보안 분야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정부내 인물 데이터베이스를 업데이트해 테러 위험을 줄이고 있고 특히 신설될 국토안전보장부를 활용해 물리적인 공간은 물론 사이버공간에서 테러에 적극 대응해갈 방침이다.
또 사이버테러에 맞설 수 있는 솔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IT업계에서는 정보보안 및 백업 소프트웨어와 네트워크 보안 제품 출시가 늘고 있다. 이 부문 대표적인 업체들인 BMC와 베리타스의 경우 지난해 이후 늘어난 매출이 여전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오는 2006년까지 460억달러 규모로 성장이 예상되는 가상사설망(VNP) 시장에도 업체들의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앞서 미국 산업계에서는 대기업 대표들을 중심으로 테러공격을 받았을 때 이를 신속히 알리고 기업 지도자 상호간 또는 정부 관리들과 신속히 대응책을 논의할 수 있는 통신네트워크인 ‘CEO 링크’를 구축하기로 한 바 있다. 여기에는 AT&T를 비롯해 제너럴모터스(GM) 등 대표들로 구성된 40명 이상의 최고경영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국립과학아카데미(NAS)가 주축이 돼 테러 대비에 나서고 있다. NAS는 최근 테러에 대비하기 위한 보고서에서 “컴퓨터 네트워크가 특히 공격에 취약하다”고 지적하면서 기존 기술로 막아낼 방안을 찾고 이후 테러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기술들을 개발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NAS는 우선 미국내 존재하는 테러관련 기술 엔지니어들의 교류나 협력을 추진하고 장기적으로는 테러에 대비하기 위한 연구프로젝트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망=세계 IT업계에서는 불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또 다른 테러는 세계 IT시장의 불확실성을 크게 증폭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들의 IT투자는 단기 수익을 낼 수 있는 분야에 집중되고 컴퓨터·통신·반도체 등 전분야가 이러한 상황변화에 직접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 산업계를 축으로 국방·보안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부문이 당분간 경제 전반을 이끌어 나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생체인식을 비롯해 테러뿐 아니라 갑작스런 천재지변에 대비할 수 있는 솔루션들이 각광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