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아 컨텐츠코리아 대표 spakal@contents.co.kr>
한달 동안 우리는 총성 없는 세계대전, 월드컵을 성공리에 마쳤다. 심신의 단련과 상호 우호를 다짐하기 위해 개최됐던 월드컵이 이제는 그 초심의 선을 넘어 국력 이상의 힘을 나타내는 응축된 표상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따라서 세기 초 개최국으로서 한국의 4강 진입은 그러한 의미에서 더욱 위력이 있다.
현대사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룬 에너지가 월드컵이라는 매개체 위에 표출되었으며 다시 또 다른 기적을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IMF를 지나며 정보기술(IT) 벤처 붐을 이루고 정치·사회·경제적으로 진통을 겪고 있는 지금, 지식정보산업사회에서도 우리는 ‘디지털 기적’을 이룰 수 있다는 잠재력을 느낄 수 있었다.
축구경기장은 삶의 작은 축소판이다. 경제라는 필드에서 우리는 세계 각국의 경쟁자들과 뛰고 싸워야만 한다. 체력과 실력, 조직력 그리고 조직을 움직이게 하는 지휘관의 리더십과 용병술 모두가 뛰어나야만 승리의 신이 팔을 들어준다. 여기에 운이라는 실력도 따라주어야 한다. 물론 실력이 있어야만 운이 따르는 것이다. 한국은 이로써 운도 함께 하는 국가임을 자부하고 싶다.
열두번째 대표주자인 우리는 누구에 의해 움직여지는 ‘따라가기식’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자발적으로 일하는 국민임을 알게 해주었다. 그동안에는 우리의 참된 모습이나 개인의 장점들이 집단적으로 발휘되었던 기회가 전혀 없었다. 한국은 뭉치기 어려운 민족이라고 얼마나 들어왔던가? 스스로 하기보다는 카리스마적인 우두머리가 있어야 끌려가는 민족이라고 자학하지 않았던가?
이제 12번 대표주자들은 다시 자기 현업의 자리로 묵묵히 돌아가 자신의 위치에서 필요한 곳에 그 열정을 쏟아붓고 있을 것이다. 작열하는 태양이 무색하리 만큼…. 그러나 항간에는 포스트 월드컵이라 하여 월드컵의 성과를 정책적인 당장의 결과로 만들기 위해 여러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고 한다. 이는 전근대적인 발상이 아닌가 한다.
꿈과 신념이 있는 곳에 우리는 자발적으로 뜨겁게 돌진한다. 제발 ‘붉은 악마’를 제도권내 감옥에 묶어두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