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휴대폰 업체들이 대만과 중국, 한국 등의 컴퓨터 및 가전 업체 등을 대상으로 휴대폰 특허를 판매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휴대폰 사업의 진입장벽을 낮춰 대만과 중국 등의 업체들이 휴대폰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측면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세미컨덕터 비즈니스 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올해 초 미국 모토로라와 스웨덴의 에릭슨에 이어 최근 네덜란드의 필립스, 독일 지멘스, 심지어 일본 휴대폰 1위 업체인 NEC까지 휴대폰을 조립할 수 있는 설계도에 해당하는 특허 판매 사업을 시작했다.
이들 중에 네덜란드의 종합전자회사 필립스는 최근 중국 노트북PC 및 휴대폰 업체인 닝보 버드 앤드 캐피털에 2.5세대(G) 일반패킷무선서비스(GPRS) 방식의 휴대폰 특허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3일 밝혔다. 양사는 그동안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분야의 협력관계를 앞으로 GPRS까지 확대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미국 모토로라도 최근 대만의 벤크에 수백만 달러의 기술 사용료를 받는 조건으로 최첨단 2.5G GPRS 관련 기술을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벤크는 대만 최대 컴퓨터 업체인 에이서가 휴대폰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설립한 자회사로 이번에 세계 휴대폰 2위 업체인 모토로라를 전략적 협력 대상자로 끌어들임으로써 앞으로 휴대폰 시장에서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스웨덴의 통신장비 업체 에릭슨도 휴대폰 기술판매에 적극적이다. 이 회사는 최근 휴대폰 기술을 판매하기 위해 자회사(에릭슨모바일플랫폼)까지 설립했다. 에릭슨은 이를 통해 우리나라 LG전자에 2.5G 및 3G 비동기 표준을 동시에 지원하는 최첨단 GPRS/UMTS 듀얼모드 휴대폰 기술을 제공하는 계약을, 또 대만의 GVC와도 GPRS 이동전화 플랫폼을 공급하는 계약을 각각 체결하는 등 최근 특허 마케팅 분야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GVC는 가전 및 휴대폰을 생산하는 업체로 이번에 에릭슨과 계약으로 자사 휴대폰 개발·생산에 이통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자랑하는 에릭슨의 플랫폼을 사용할 예정이다. 데이브 수 GVC 사장은 “에릭슨의 첨단 이동통신 기술을 이용해 신제품 개발일정을 대폭 단축시키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일본 휴대폰 1위 업체인 NEC도 최근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와 휴대폰 관련 기술을 제공하는 제휴를 체결한 것을 계기로 휴대폰 분야 특허 마케팅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홍콩에 있는 시장조사회사 BDA의 통신 애널리스트 테드 딘은 “최근 전세계 휴대폰 업체간에도 기술개발 및 제조, 마케팅 등으로 전문화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러한 움직임이 휴대폰 사업의 진입장벽을 낮춰 대만과 중국 등 아시아권 업체들이 대거 휴대폰 시장에 진출하면서 동남아시아지역이 90년대 PC처럼 휴대폰 분야에서도 곧 세계적인 생산기지로 발돋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