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보기술(IT) 시장의 앞날을 점치기가 쉽지 않다. IT경기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세계 경기 커브가 정상에서 벗어난 듯하고 돌발 변수 또한 너무나 다양하다. 연내 경기가 살아난다는 시각도 있지만 더블딥이나 L자 커브를 그릴 것으로 내다보는 이들도 적지않다. 낙관론은 세계 경제의 축인 미국을 비롯한 유럽·아태지역에서 IT지출이 전년보다 늘고 있어 올 하반기면 IT산업이 해빙기에 접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비관론은 경기회복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실제 투자를 늘리는 데는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에서 기업공개(IPO)가 줄고 있고 인수·합병(M&A)도 위축되는 등 기업활동이 활발히 전개되지 않고 있어 올해 안에 경기회복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란 점도 덧붙인다. 그렇다면 유명한 시장조사 및 컨설팅 기관들은 과연 어떤 눈으로 하반기 통신·컴퓨터·반도체·인터넷 부문 등의 경기를 보고 있는지 4회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통신시장은 올해 안에 부진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단말기 수요가 늘면서 아시아·태평양 시장이 완만한 성장세를 보이겠지만 가라앉은 분위기를 반전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부 업계 종사자들과 시장조사업체들은 시장이 하반기에 바닥상태에 도달하고 내년 초부터는 상승곡선을 탈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내년까지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부문별로는 통신장비 부문이 부진을 보이는 반면 단말기와 서비스 부문은 회복세를 탈 것으로 전망된다.
통신장비 산업의 경우 상황은 매우 좋지 않다. 통신시장은 물론 세계 경제가 서서히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비 산업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전세계적으로 휴대폰 보급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제3세대(3G) 통신기기에 대한 수요도 업계의 기대만큼 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통신장비 시장을 놓고 올 초 가트너데이터퀘스트는 과도한 장비투자와 수익성에 대한 회의감으로 완만한 보합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상황은 예상보다 더 나빠 에릭슨·노키아·루슨트 등 주요 통신업체들의 감원 등 뼈를 깎는 노력도 성과가 거의 없었다. 가트너의 스티브 프렌티스 부사장은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통신시장은 예외로 올해 후반기에도 침체를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단말기의 경우 올해 하반기부터는 나아질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업계 종사자들은 한결같이 하반기를 기점으로 휴대폰 시장이 회복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수치는 8∼15% 성장에 판매대수는 4억4000만∼6억대 정도. 지난해에는 세계 휴대폰 판매대수가 전년비 3.5% 하락하면서 처음으로 감소세를 나타냈지만 컬러스크린을 장착한 휴대폰이 선보일 올 하반기부터는 판매가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란 설명이다. 특히 하반기에는 기대를 모았던 노키아 및 소니에릭슨의 멀티미디어 서비스용 휴대폰이 선보일 예정이어서 수요를 불러일으키면서 시장이 회복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도 높다고 예상했다.
양키그룹은 “두 자릿수 성장 시대는 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회복될 것”이라면서 올해 세계 휴대폰 출하량이 전년대비 10.1% 증가한 4억3570만대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먼브러더스도 “최소 4억4000만∼4억5000만대 정도가 팔릴 것”이라고 보고 있으며 영국 ARC금융그룹도 올해 휴대폰 시장을 ‘강세장’으로 규정, 총 6억대의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마이크로로직 리서치도 올해에는 4억6200만대로 다시 늘어날 것이라고 밝히면서 특히 아태 시장이 향후에 휴대폰 신규가입자 증가율은 물론 이동통신 기술분야에 있어서도 세계 이동통신 업계의 주도권을 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분석가들이 올해를 낙관적으로 보는 근거는 이동통신 사업자들의 초고속 통신망 설치 붐과 신규 가입자 수 증가세에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많은 변수들이 있다면서 신중론을 펼쳤다. 가트너의 애널리스트 브라이언 프롬은 “거시경제적 문제가 아태 지역을 잠식하고 있으며 북미와 남미는 이미 이 문제에 빠졌다”면서 조심스런 태도를 취했다.
서비스 시장도 회생의 기미가 엿보인다. 특히 아태지역 성장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가트너는 올해 전체적으로 아태 지역 통신서비스 매출이 전년 대비 1.8% 늘어난 1116억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에는 4.5% 감소했었다. 한국과 일본·호주·홍콩·싱가포르 등 이미 어느 정도 성장한 국가에서는 성장세가 둔화되겠지만 중국·인도 등 신흥 시장에 대해서는 성장을 낙관했다.
IDC 역시 인도와 중국의 휴대폰 사용 급증에 따라 아태지역 통신서비스 시장 규모가 올해 말까지 161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IDC는 특히 아태지역 통신서비스 시장이 광대역 인터넷과 제3세대 전화서비스의 확산으로 더욱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