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일본-도쿄 `넷월드+인터롭2002` 결산

 네트워크 장비 및 솔루션 관련 전시회인 ‘넷월드+인터롭2002도쿄’가 지난주 3일부터 5일까지 3일간 일본 마쿠하리 맛세 전시장에서 열렸다. 일본 장기 경기침체, 세계 IT불황이라는 악조건 속에 때마침 터진 미국 2대 통신사업자 월드컴의 분식회계까지 우울한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열린 이번 전시회는 새로운 네트워크 시대를 열어나가려는 일본 IT업계의 신념을 엿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올해로 9번째를 맞는 ‘넷월드+인터롭(이하 N+I)2002도쿄’는 지난 85년부터 라스베이거스, 애틀랜타, 시드니, 런던 등 전세계 8개국에서 매년 개최돼 온 ‘N+I’의 도쿄 행사다. 특히 네트워크 장비 등 인터넷 관련 전문 전시회로서 올해는 350여개 업체가 참여했다.

 ◇테크놀로지에 대한 믿음으로(Believe In Technology)=전시회 첫날 열린 ‘소프트뱅크 커머스 컨벤션 2002’에서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사장은 “아직 인터넷은 시작일 뿐”이라고 전제하고 “일렉트로닉산업이 20년대 한때 버블을 거친 후에도 70∼80년을 성장했듯 인터넷도 이제부터”라고 인터넷산업에 대한 믿음을 표명했다.

 특히 “브로드밴드 관련 시장이 통신부문 17조엔, 가전부문 6조엔, EC부문 5조8000엔, 방송부문 3조1000엔 등 향후 약 50조엔에 달할 것”이라며 “소프트뱅크는 네트워크 인프라, 플랫폼, 콘텐츠·서비스 등 3개 분야 1위 기업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NTT의 회선, 즉 ATM를 사용하지 않는 100% IP 네트워크를 구축해 인프라를 장악하고 야후를 통해 플랫폼에서의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며 콘텐츠·서비스 부문에서는 수많은 파트너들과의 제휴를 통해 힘을 배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다카하시 도루 N+I 2002 도쿄 실행위원장은 공식 가이드북을 통해 ‘대용량 상시 접속이 가능한 브로드밴드와 언제, 어디서든지 사용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컴퓨팅, 이 두개 축을 중심으로 인터넷의 새로운 전개가 일어날 것’이라고 인사말을 대신했다.

 ◇일본이 자랑하는 ‘IPv6’ 쇼케이스=미래에 생활환경을 변혁시킬 것으로 주목되는 IPv6 체험관이 관람객들에게 주목을 끌었다. 지난해 ‘가정에 들어온 IPv6(IPv6 for everything)’를 테마로 한 개의 방을 상정해 기술을 선보였던데 비해 올해는 ‘IPv6 for market’을 주제로 거리 전체를 대상으로 IPv6를 적용한 체험관을 마련했다. 공원에서 모바일IPv6를 이용해 옥외통신을 하거나 IPv6를 기반으로 한 교통시스템(ITS)을 탑재한 자동차를 선보이는 등 다양한 미래 사회상을 실현해 냈다. 특히 라우터나 스위칭 관련 제품군 전시 수준을 넘어서 샤프, 산요 등이 선보이는 정보가전, 소니가 실험중인 IPv6 대응 ‘플레이스테션2’ 등 IPv6에 기반을 둔 제품의 폭이 한층 넓어진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IP전화에 대한 관심 고조=이번 전시회에는 야후, 퓨전, NTT컴웨어가 각각 IP전화 무료 체험 부스를 마련해 자사의 전화 품질 홍보에 전념했다. 올해 야후의 IP전화서비스 시장 진출, NTT의 IP전화 시장 참여 선언 등 예상외로 일본 시장내 안착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IP전화서비스의 기세를 이번 전시회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소프트뱅크 컨슈머 브로드밴드영업부의 한 관계자는 “IP전화서비스인 ‘비비폰’은 가입자수가 이미 70만명(비공식 집계)을 넘어섰다”며 “회사내에서는 가입자수를 늘리기보다는 현재 수준을 유지하면서 실제 수익으로 연결시켜야 한다는 인식이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IP기술을 이용한 중계전화서비스를 하고 있는 퓨전의 구시마 사키코 홍보담당 과장은 “야후와 IP전화서비스 시장에서 가격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전적으로 브로드밴드를 사용하는 야후에 비해 중간 연결만 IP망을 사용하기 때문에 전혀 다른 시장”이라며 “특히 올 들어 IP전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덕에 지난해 4월에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가입자수가 150만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NTT도코모 첫 참가=상대적으로 통신서비스 업체의 참가가 드문 N+I에 NTT도코모가 처음으로 참가해 이목을 끌었다. KDDI, J폰 등 경쟁 이동통신사업자가 참가하지 않은 가운데 NTT도코모는 3세대이동전화서비스(3G)인 ‘포마’와 사진메일 서비스인 ‘아이샷’, 신기종 단말기인 ‘504아이’ 등을 집중적으로 홍보했다. 특히 3G서비스로서 최첨단기술인 포마보다 2세대서비스인 사진메일 서비스 ‘아이샷’이 더 많은 관심을 끌어 묘한 여운을 남겼다. NTT도코모는 3G서비스인 포마의 고전과 경쟁사의 사진메일 서비스 인기로 고심끝에 지난달 사진메일서비스인 ‘아이샷’을 선보였다.

 NTT도코모의 한 관계자는 “비공식적이지만 지난 6월 사진메일 서비스 기능이 있는 단말기의 판매가 35만대에 달했다”며 “이번 전시회에서도 포마만을 내세우기보다는 ‘아이샷’ ‘504아이’ 등 관련 서비스와 단말기를 고루 어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산한 한국관=한국업체들은 워터마킹 및 DRM 솔루션 개발업체인 마크애니(대표 최종욱), 데이터 백업 솔루션 업체인 지오이네트(대표 전성영) 등 13개 업체가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마련한 한국관을 통해 참가했다. 외국관으로는 최대 규모였으나 관람객의 관심에서는 멀어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전시회에 참가한 업체의 한 관계자는 “지원금 나와서 큰 부담없이 참가했다. 여기와서 기존에 연락이 된 상대와 비즈니스 미팅을 하는 정도”라며 “새 비즈니스 상대를 개척하기는 사실상 힘들다”고 말했다. “이벤트보다는 상담을 위주로 한다”는 인터넷기업협회 관계자의 말대로 별 특성없이 꾸며진 한국관은 일본 IT관계자들의 시선을 끌 부스인테리어도, 특별한 이벤트도, 홍보를 위한 관계자들의 열성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같은 ‘남의 잔치에 온 들러리’같은 모양새는 관계자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이번 참가 지원은 정보통신부가 지원하고 인터넷기업협회가 추진하고 있는 ‘e비즈활성화 지원단 사업’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도쿄 = 성호철 특파원 hcs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