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기관들의 하반기 경기예측>(3)반도체

 ‘마법의 돌’이 마법을 부릴 수 있을까. 1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예상보다 나은 6.1%의 성장을 기록하는 등 경기 활성화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지만 세계 경기는 좀체 활성화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마법의 돌’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반도체로 먹고 사는 업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발을 동동거리며 하루라도 빨리 반도체 수요 폭증이라는 ‘마법’을 반도체가 보여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부응이라도 하듯, 가트너 등 시장 전문가들은 상반기에 롤러코스터 같은 추락과 상승을 반복하며 천당과 지옥을 왔다 갔다한 D램시장의 경우 하반기에는 확실한 수요 회복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세계적 시장조사기관인 데이터퀘스트는 올 3월만하더라도 세계 D램 시장이 마이너스 성장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았지만 최근에는 “20% 성장은 무난하다”는 장밋빛 재 전망치를 내놓아 업계에 함박 웃음을 선사했다. 이미 일부 지표는 하반기 반도체 시장에 대해 밝은 미래를 상징하고도 있다.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기관인 VLSI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 전세계 웨이퍼 공장(팹) 가동률은 87%에 달하며 전달 82.6%보다 소폭 늘어났다. 이에따라 팹 가동률은 지난 4월의 80%에 이어 3개월 연속 80% 이상 가동이라는 기록을 세웠는데 하반기에도 이러한 호조가 이어질 것으로 VLSI는 보고 있다. 이뿐 아니라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는 “지난 5월 세계 반도체 판매량이 113억7000만달러로 전달인 110억7000만달러보다 2.8% 늘어났다”고 밝혔는데 “하반기에도 아시아태평양지역, 특히 중국의 시장 활성화로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공(블랭크) 실리콘 웨이퍼 시장도 낙관적이다. VLSI리서치는 “지난해 15% 감소한 공 실리콘 웨이퍼 시장이 하반기 이후부터는 매기가 되살아나 7% 정도의 성장을 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낙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적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딘위터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와 내년의 전세계 반도체 분야 투자가 당초 전망치보다 더 줄어들 것”이라며 “반도체 분야의 자본 지출이 애초 15% 정도 줄어들것으로 예상했지만 경기가 예상한 만큼 살아나지 않아 이보다 5%정 도 더 준 20% 감소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세계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 1, 2위 업체인 인텔과 AMD가 최근 잇달아 매출 전망치를 하향조정, 하반기 시장이 만만치 않음을 암시했다.

 AMD는 며칠전 2분기 수입 추정치에 대해 두번째로 하향 조정, 매출이 당초 전망보다 2000만∼1억달러 적은 6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으며 이보다 앞서 인텔도 자사의 2분기 매출 실적이 전망보다 적은 62억∼65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투자가들에게 사전에 알렸다. 세계적 반도체업체들의 사령탑도 하반기 반도체 시장 전망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나타내고 있는데 유럽 2위 반도체 업체인 인피니온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울리히 슈마허는 지난달 드레스덴에서 열린 새 반도체 공장 오프닝 행사에서 “반도체 시장이 올 하반기부터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낙관론을 폈지만 인텔의 크레이그 배럿 CEO는 “내년에나 돼야 반도체 경기가 풀릴 것”이라며 “일본 반도체 업체 중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은 2, 3개뿐이며 앞으로 2년내에 중국의 반도체 시장이 일본 시장의 규모를 앞지를 것”이라고 밝혔다. 또 사사키 하지메 NEC 회장도 최근 뉴올리언스에서 개최된 39회 설계자동화콘퍼런스(DAC) 기조연설에서 “최근의 경기침체는 메모리에 국한됐던 이전의 경우와는 달리 광범위한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언급하며 “반도체 시장이 최소한 2003년까지는 회복되기 어렵고 어쩌면 2004년에도 회복을 바라기 힘들 것”이라고 말해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를 제시하기도 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