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전세계 PC 시장의 20% 이상을 공급했던 일본 PC 업체들이 대만 등의 저가 PC에 내주었던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시장을 되찾기 위한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소니를 비롯해 도시바, 후지쯔, NEC 등 4대 PC업체는 올해 첨단 오디오 및 비디오 기술을 접목한 멀티미디어 PC의 해외 수출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이들 가운데 소니는 올해 지난해보다 무려 44.4%나 늘어난 260만대의 PC를 미국과 유럽 등에 수출해 전세계 시장에서 5대 메이저 업체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일본 최대 PC업체인 도시바도 올해 해외 시장에서 지난해보다 19.1% 증가한 280만대를 판매할 계획이다.
이 같은 수치는 특히 최근 전세계 시장에서 PC 수요가 정체상황을 맞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IDC에 따르면 전세계 PC 수요는 지난해 16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약 1억3900만대)에도 전년 대비 4.7% 성장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일본 PC업체들은 일본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첨단 오디오 및 비디오 기술을 접목시킨 멀티미디어 PC 수출을 확대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소니는 TV 및 비디오를 시청할 수 있는 대형 화면의 ‘바이오(Vaio) GR’ 노트북 컴퓨터를 비롯해 바이오 랩톱 및 데스크톱 컴퓨터 등을 주로 판매할 계획이다. 또 도시바는 무선 근거리통신망(LAN) 기능을 갖춘 노트북PC를 주무기로 미국 등 해외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최근 미국 시장에서 디지털 카메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멀티미디어 기능을 골고루 갖춘 소니의 노트북PC가 전세계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한편 일본 PC업체들은 NEC가 지난 95년 미국 패커드벨을 인수하는 방법으로 단숨에 세계 시장에서 11%를 차지하는 등 9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세계 시장 점유율이 20%를 상회했으나 그 후 대만 및 미국 등의 저가 PC에 밀려 그 위상이 크게 떨어졌다. 지난해 일본 소니와 도시바, 후지쯔, NEC 등 4대 PC업체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13.1%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