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이 PC 판매 여건 악화에 따라 PC사업부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작업에 나섰다.
뉴욕주 아몽크에 있는 IBM은 소비자 시장을 겨냥한 PC 설계를 중단해 데스크톱PC 모델을 12개 기종에서 2개 기종으로 대폭 줄이고 납품체계 관리 합리화 차원에서 데스크톱PC 생산도 새너제이에 있는 산미나에 위탁했다.
IBM PC사업부는 PC 판매가 호조를 보였던 지난 97년 여름부터 2000년 여름까지 연간 15억달러의 적자를 냈으나 그 뒤 조직 슬림화에 힘입어 올 1분기에는 소폭의 순익으로 돌아섰다.
시장조사회사 가트너/데이터퀘스트에 따르면 세계 PC 판매량은 지난 70년대 중반 이후 최근까지 모두 10억대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PC 판매량은 지난해는 15년 만에 처음으로 줄어들었으며 올 상반기 PC 판매도 부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IBM은 이에 따라 자사 PC 4대 중 3대를 구매하고 있는 기업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프랜 오설리번 IBM PC사업 본부장은 “중소기업의 컴퓨터 지출 증대를 유도할 기술개발과 추가적인 비용절감, PC 설계의 단순화 등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트너 집계에 따르면 IBM은 PC 판매 3위 회사다. IBM보다 PC 판매량이 많은 PC 회사는 휴렛패커드와 델컴퓨터다.
오설리번 본부장은 단순화 전략이 영리하나 느린 HP를 앞지르고 혁신 전략이 빠르지만 보수적인 델을 제치는 길이라고 믿고 있다. PC는 생산비가 높고 이윤이 박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지만 서비스 계약이나 프린터, 보안 소프트웨어 등 PC보다 이윤폭이 많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판매를 유도할 수 있다.
가트너는 올들어 첫 3개월 동안 세계 PC 판매량이 3260만대에 달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어 PC 경기가 둔화됐다고는 하지만 성장기회가 없는 것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와중에 IBM의 비용절감 및 혁신노력이 빛을 발할 수 있을까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 문제는 고객들이 예산이 빠듯한 요즘 IBM의 세세한 변화를 인지하고 IBM 제품 구입에 돈을 더 쓸 것인가 하는 점이다.
오설리번 본부장은 IBM 엔지니어들이 기술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고객문제 해결을 등한시했다고 진단하고 있다.
IBM이 기술혁신에만 신경쓰느라 손해 본 가장 최근의 제품은 일체형 디자인으로 설계되고 조정가능 지지대를 갖춘 평면 모니터 PC ‘넷비스타 X’다. 이 제품은 애플의 새 i맥의 전신이 됐다. 오설리번 본부장은 많은 고객이 평면 모니터를 컴퓨터보다 더 오래 쓰고 싶어하지만 넷비스타 X가 그 같은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이 PC를 포기할 작정이라고 밝혔다.
IBM PC 사업의 밝은 전망은 중국 선전에 있는 첨단 싱크패드PC 제조공장에서 나온다. 오설리번 본부장은 “이 공장은 새로 지은 시설이라 젊고 패기에 찬 젊은이들이 일하고 있다”며 “이들은 대체로 고등교육을 받았고 성공하고자 하는 욕망이 강하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기업 중역들은 중국을 시장 기회가 많은 새로운 프런티어로 여기고 있다. 조사기업 IDC에 따르면 IBM은 현재 100명당 1명 꼴로 PC가 보급된 중국에서 베스트 브랜드로 각인돼 있다.
<제이안기자 jayahn@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