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남북 과기협력 개선 방안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필자는 평소 북한에 위탁연구를 주거나 과학기술협력기금을 조성해 공동연구를 한다면 어떤 관리방법을 적용할 것인가에 관심을 가져왔다. 시장 메커니즘에 의존하는 우리의 관리방법과 국가계획에 의존하는 북한의 관리방법에 커다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외국에서 대외 수익사업을 추진하려는 북한의 IT전문가를 우연히 만났다. 그는 이 일을 위해 각 분야 전문가들로 연구팀을 만들었는데 기간 내에 수익목표 달성에 성공하면 그대로 유지하고 실패하면 원래 기관으로 복귀할 것이라고 하였다. 이 말을 들으면서 북한에도 우리의 연구과제 관리방법과 유사한 모델이 있고, 이를 남북한 과학기술협력에 적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회주의국가의 전형적인 연구관리는 소속기관 단위로 일반적인 행정체제를 통해 이루어진다. 중국에서는 이를 상규관리체제라 한다. 문제는 이런 방법이 너무 관료적이고 경쟁이 없으며, 인력유동이 부족한 상황에서 타 기관 우수인력의 활용이 어려워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와 대비되는 방안의 하나로 중국에는 목표관리체제라는 것이 있다. 핵무기, 미사일 등 주요 국방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뚜렷한 목표와 강력한 관리기구를 세우고 각 기관의 우수인력을 한시적으로 동원하는 방법이다. 비록 적용범위가 넓지 않으나 개혁개방 이후 일반경제에 시장메커니즘의 연구과제 관리기법을 도입할 때 이 목표관리체제 수행경험이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다.

 필자가 북한 IT기술자와 대화하면서 생각한 것은 북한에도 중국의 목표관리체제와 유사한 관리방법이 오래 전부터 발전해 왔다는 것이다. 바로 ‘2월 17일 과학자, 기술자돌격대’와 ‘4·15 기술혁신돌격대’ 등의 돌격대 활동이다. ‘2월 17일 과학자, 기술자돌격대’는 서해갑문 공사 등 주요 건설장과 생산기업에 각 분야 전문가들을 조합해 파견하여 직면한 과학기술적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해결하는 것이고, ‘4·15 기술혁신돌격대’는 국민경제 모든 기관에서 자체의 과학기술자들을 조직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 가운데 특히 주목되는 것은 소속기관의 범주를 넘어서 한시적으로 우수인력을 집중적으로 활용하는 ‘2월 17일 과학자, 기술자돌격대’의 활동이다.

 중국이 목표관리체제를 토대로 시장 메커니즘에 적응한 것 같이 남북한 과학기술협력에도 돌격대 방식의 관리방법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가 접촉하는 북한 과학기술 인력들의 풀을 형성하고 양방 협의하에 우수인력을 과제 단위로 한시적으로 모집, 활용하는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북한의 과학자, 기술자 돌격대는 국방과제에 치우친 중국의 목표관리체제와 달리 일반경제 영역과 주요 기업 등에 집중되어 있으므로 이런 방법의 적용이 더 쉬울 수 있다. 특히 최근 북한 내부에서 자발적으로 수익을 추구하는 전문인력간 이합집산이 발생하고 있으므로, 이를 남북 과학기술협력과 연계해 효과적으로 지원하고 이들이 원하는 수익을 제공할 수도 있다.

 이런 방법을 적용할 때도 IT분야가 타 분야를 선도할 수 있다. IT분야는 그 가변성과 효율성, 적응성 등에서 타 분야를 압도하고 있고, 인터넷을 통한 재택연구와 사이버 공간의 활용 등 소속기관을 넘어선 공동연구에서 시장 메커니즘을 가장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북한 관계자들이 시장 메커니즘이라는 말에 거부감을 가질 수 있으나, 우리가 사용하는 시장이라는 말을 최근 북한이 즐겨 사용하는 ‘실리’라는 말로 바꾸어도 관리 방법에는 큰 차이가 없다. IT분야를 중심으로 이런 방안을 적용해보면 어떨까. 남한측으로서는 연구과제를 좀 더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고, 북한도 거부감이 적게 실리를 추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필요한 인프라 구축을 가속화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