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태풍 라마순이 예상과 달리 큰 피해를 입히지 않고 물러섰다. 이같이 불과 하루이틀전의 기상예보가 제대로 맞아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이는 기상 현상 예측을 위한 계산에 고려해야할 변수가 워낙 많아 현재의 컴퓨팅 성능으로는 하루이틀만에 모든 계산을 끝마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협업소프트웨어 업체인 돈부의 CEO를 맡은 스티브 첸은 “80년대말 이미 정확한 기상 예보가 가능했다”며 “문제는 내일의 날씨를 예측하는 데 일주일이나 필요하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와이어드에 따르면 슈퍼컴퓨팅의 신화로 불리는 스티브 첸과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인 ‘지구시뮬레이터’를 개발한 NEC가 내일의 날씨를 오늘 정확히 예측해주는 실시간 기상예측에 도전하고 나섰다.
태풍과 같은 대형 재난을 막기 위해 설계된 지구시뮬레이터는 현재 종합테스트가 실시되고 있는데 기존의 가장 빠른 슈퍼컴인 IBM의 아스키화이트보다 5배 빠른 35테라플롭스의 엄청난 컴퓨팅 능력을 자랑한다. 요코하마에 설치된 지구시뮬레이터는 벡터 칩으로 만들어졌으며 테니스장 4개를 합한 만큼의 면적을 차지한다.
슈퍼컴퓨터가 기상을 예측하는 원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지구의 대기를 3차원 입방체로 잘게 나누고 입방체별로 주어진 기상 조건의 집합을 입력시키면 슈퍼컴퓨터가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기상의 변화를 계산해낸다.
지구시뮬레이터센터의 이사인 사토 데쓰야는 “지금까지 기상 예보는 지구를 100㎦ 단위로 나누었지만 지구시뮬레이터는 10㎦까지 다룰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슈퍼컴퓨터의 빠른 발전은 지구시뮬레이터와 같이 과거에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각종 프로젝트를 가능하게 해줄 전망이다.
독일 만하임대 교수이며 일년에 두번 발행되는 슈퍼컴퓨터 랭킹 목록인 ‘슈퍼컴퓨터 톱500’을 창시한 한스 뮤어는 “슈퍼컴퓨팅 성능은 15개월마다 2배로 늘어나 무어의 법칙을 우습게 만든다”고 말했다.
슈퍼컴퓨터 관계자들은 지난 60년대 소련이 스푸트닉을 발사하면서 미소간에 우주경쟁이 벌어졌던 것처럼 지구시뮬레이터 때문에 자존심을 상한 IBM이 앞으로 NEC와 치열한 ‘컴퓨트닉’ 경쟁을 벌이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