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 회장에 이어 세계 2위의 갑부 워런 버펫이 최근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통신회선(네트워크) 임대업체 레벨3커뮤니케이션스에 거액을 투자한다고 발표해 관심을 끌고 있다.
9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레벨3는 총 65억달러에 달하는 부채상환과 운영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5억달러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하기로 했는데, 이 중 버펫이 운영하는 투자회사 ‘버크셔해서웨이’가 1억달러를 투자한다고 설명했다.
레벨3가 발행하는 CB는 2012년 만기로 액면 이자율은 9%, 주식전환 가격은 3.41달러로 각각 정해졌다. 이같은 결정이 발표된 8일 하루 동안 레벨3의 주가는 58.82%(1.70달러)나 오른 4.59달러를 기록하면서 주식전환 가격을 웃돌아 주식투자의 대가로 알려진 버펫의 위력을 실감케 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투자자들로부터 더욱 큰 관심을 끄는 점은 제조 및 유통 등 전통산업을 선호해 왔던 버펫이 왜 최근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는 통신업종에 투자를 결정했느냐는 것이다.
실제 통신 네트워크 업계에는 최근 매출격감 등으로 파산하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레벨3도 거액의 부채와 잇단 손실로 어려움을 겪어 왔다. 그러나 이 회사는 오는 2004년까지 갚아야 할 채무가 없을 정도로 부채의 내용은 다른 통신업체들보다 상대적으로 건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이번 CB 발행자금이 경쟁사 인수에 쓰일 것으로 전해져 통신산업의 합종연횡 물결에서 레벨3가 선두에 설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90년대 말 통신 및 기술주의 호황시절에도 이들 주식에 투자를 거부했던 것으로 유명한 버펫로서는 지금 투자하는 것이 더 큰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