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월은 하계 휴가철로 인한 뉴스 고갈기, 이른바 ‘실리 시즌(silly season)’은 일선 기자에게 있어 고역스러운 기간이다. 월드컵마저 때맞춰 끝나버린 이번 여름은 부담감이 더하다. 그런데 최근 ‘반가운’ 이슈 하나가 터졌다.
바로 ‘환율’이다. 19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지난 8일에 이어 9일에도 달러당 1180원대까지 환율하락은 계속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각 신문·방송은 앞다퉈 환율 관련기사를 수출과 맞물려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물론 환율하락, 즉 원화강세는 기본적으로 우리 수출에 악재다. 하지만 이미 수출지상주의를 벗어난 우리 경제의 현실상 이를 무조건 ‘무찌르자 공산당’식 척결 대상으로만 삼아서는 곤란하다.
환율하락은 당장 대다수 기업이 떠안고 있는 크고 작은 외환부채를 경감시키는 효과가 있다. 또 연간 1400억달러가 넘는 재화를 외국서 들여오는 세계 14번째 수입대국이라는 입장에 서면 환율하락은 결코 악재가 아니다.
거시경제 측면에서도 환율하락은 긍정요인이 있다. 최근 경기회복세에 접어든 우리 경제는 필연적으로 물가와 금리의 인상을 동반한다. 하지만 환율하락은 해외조달 원자재나 자본재의 수입단가를 낮춰 물가인상을 억제하는 힘을 발휘한다. 최근 통화당국이 콜금리 인상을 계속 늦추는 것도 환율하락의 덕이 크다는 분석이다.
환율하락은 또 우리 화폐, 즉 ‘원화’의 가치가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최근의 환율하락 현상은 미국 달러화에 비해 1200배나 평가절하돼 있는 우리 원화의 ‘기’를 살리는 측면도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원화의 액면단위를 10분의 1 또는 100분의 1로 줄여 화폐의 가치를 높이자는 ‘디노미네이션(denomination:화폐단위절하)’을 중장기 과제로 검토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환율하락 현상은 침체돼 있는 경제를 흔들어 깨우는 역할을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특히 그 과정에서 나타날 변화는 ‘꺼리’를 원하는 기자에게만 반가운 일은 아닐 것이 분명하다.
<디지털경제부·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