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초고속 인터넷 사업자들 와이파이 `핫스폿`과 전쟁

 미국의 초고속 인터넷 사업자들이 대역폭을 불특정 다수와 나누어 쓰는 가입자에 대한 단속에 들어갔다.

 C넷에 따르면 뉴욕시에서 케이블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타임워너는 최근 단거리 무선 기술인 와이파이를 이용해 300피트 이내에서 누구라도 초고속망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해주는 무선 네트워크인 ‘핫스폿(Hot Spots)’을 운영하는 10명의 가입자를 대상으로 이를 중단치 않을 경우 1주일내에 계정을 막겠다는 경고편지를 발송했다. 타임워너는 핫스폿을 운영하는 다른 가입자들에게 2차로 경고 편지를 발송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AT&T브로드밴드도 핫스폿 운영 가입자에게 비슷한 내용의 경고 편지를 발송할 계획이다.

 ◇핫스폿 현황=핫스폿은 케이블이나 DSL 회선을 누구나 공짜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장소로 현재 최소한 일반 가정과 사무실 등에 1500만개소가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더구나 핫스폿은 최근들어 기업, 카페, 호텔, 공항, 콘퍼런스센터 등이 기술지향 고객들의 취향을 맞추기 위해 앞다퉈 설치하고 있는데다 일부 지자체 정부도 사무단지나 공공장소에 도입하기 시작해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일례로 지난주 페어몬트호텔 체인은 6개국의 38개 호텔에서 무선 접속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핫스폿은 NYC와이어리스나 베이에어리어와이어리스유저그룹 등의 무선 네트워크 단체에서 리스트를 제공하고 탐지 소프트웨어도 있기 때문에 손쉽게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또 유럽의 경우 핫스폿이 있는 거리나 빌딩에 기호를 표시하는 ‘워초킹(warchalking)’으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단속 배경=그동안 초고속 인터넷 사업자들은 가입자 유치를 위해 핫스폿에 대해 눈감아왔으나 핫스폿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매출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 처함에 따라 더 이상 이를 방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무료로 운영되는 것을 전체로 핫스폿을 허용하는 코바드커뮤니케이션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요 초고속 인터넷 사업자들이 핫스폿에 대한 규제 정책을 취하기 시작했고 이번에 경고편지 발송에 나섰다.

 그러나 타임워너케이블, AT&T브로드밴드 등은 가입자들의 반발을 의식해 NYC와이어리스나 베이에어리어와이어리스유저그룹 등을 통해 광고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핫스폿을 운영하는 가입자만을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있다.

 타임워너케이블의 대변인인 수전 줄리아니는 “그들은 우리 면전에 배너를 걸어놓고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 보라’고 말한다”며 “이번 경고편지 발송은 일회성 조치지만 경우에 따라 다시 행동을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논란=무선 네트워크 그룹들은 회원들이 단속 대상이 됐다는데 대해 반발하고 있으나 핫스폿이 대역폭 재판매를 금하는 법에 위배될 수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많은 회원들이 자신이 사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핫스폿을 만들지만 이들은 다른 이들의 접속을 통제할 능력이 없다며 이들을 단속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한다. 실제 장비 업체인 D링크시스템그, 컴팩컴퓨터, 아기어시스템스 등의 장비는 외부 접속을 통제하는 패스워드 보안 기능을 제공하지만 손쉬운 설치를 위해 초기에는 보안 설정이 돼있지 않아 일반 이용자들은 이 기능을 이용하기 쉽지 않다.

 NYC와이어리스의 대변인인 앤터니 타운센드는 “초고속 인터넷 사업자들이 자신의 초기 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사람들을 적대적인 관계로 만드는 것은 아주 근시안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줄리아니는 “핫스폿의 운영을 절도 행위로 보고 있지는 않지만 다른 가입자가 사용해야할 기존 자원을 소모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며 “핫스폿이 범죄의 수단으로 사용될 경우 가입자가 피해를 볼 수도 있다”며 단속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단속 여파=현재 핫스폿 단속은 개인 사용자를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공항이나 호텔 등 공공장소의 핫스폿으로 단속이 확대될지는 명확치 않다. 그러나 대부분의 호텔이 대역폭의 공유를 제한하거나 아예 막고 있는 고가의 상용 DSL서비스에 가입했기 때문에 향후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최근 주목받기 시작한 무선인터넷서비스제공자(WISP)들은 단속의 영향을 받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졸테이지, 보잉고 등의 WISP는 핫스폿으로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엮고 일간 또는 월간 접속 비용을 부과하고 있는데 이들은 초고속 인터넷 사업자들과 보안에 관한 대역폭 공유 조건으로 협력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