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방송·통신기술 융합시대

 ◆노학영 컴텍코리아 사장

한일 양국에서 공동 개최된 2002 월드컵 경기가 TV와 라디오 뿐만 아니라 컴퓨터, 휴대형 단말기 등을 통해 전세계 시청자들에게 생생히 전달됐다. 물론 이러한 모습은 전혀 낯선 것이 아니다. 이미 여러해 전부터 전세계 시청자들은 먼 나라에서 제작된 TV 프로그램을 거의 동시간대에 즐길 수 있게 됐다.

 오늘날에는 통신망을 통한 방송과 방송망을 통한 통신이라는 ‘망(network)의 융합’이 전개되고 있다. 통신망을 통한 방송서비스의 예로는 인터넷을 통한 방송과 기존 방송국들의 주문형영상서비스(VOD), 통신용 위성을 이용한 직접위성방송 등이 있으며, 방송망을 통한 통신서비스는 케이블망을 통한 인터넷서비스, 전화서비스 등의 부가통신서비스가 있다.

 요즘 새롭게 출현하는 서비스들을 보면 영상(video)·문자(data)·음성(voice)과 같은 형태의 방송용 콘텐츠 제공과 더불어 통신(communication)만이 지니고 있던 특징을 함께 가진 경우가 많다.

 디지털과 네트워크 기술의 놀라운 발전으로 일방적인 정보전달에 국한됐던 방송서비스에서도 통신과 같은 양방향(interactive) 정보전달이 가능해졌다.

 또 일대일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만 여겨졌던 통신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 대해 보도나 논평을 전달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방송기술과 통신기술의 융합(convergence)으로 전세계인들은 새로운 미디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현재 방송·통신의 융합은 거의 모든 부문에서 전개되고 있다. 이 두 영역의 융합 배경으로 초고속 네트워크 사업과 인터넷 보급의 활성화, 통신망 광대역화라는 하드웨어적 측면과 고선명(HD)TV, 케이블TV와 위성방송의 등장을 통한 콘텐츠의 디지털화라는 소프트웨어적 측면을 들 수 있다.

 물론 시장의 변화라는 사업적 배경도 간과할 수 없다. 이전에 방송과 통신은 네트워크·사업·규제 등의 측면에서 분리된 영역이었다.

 하지만 발달된 디지털 기술이 통신 및 방송 영역에 적용되고 이 분야의 시장자유화가 전세계적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명확한 구분은 점차 무의미해지고 있다.

 통신산업의 자유화·개방화에 이어 국제 사회에서는 방송산업의 탈규제 및 개방화가 진행중이다. 방송·통신사업자들은 범위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상호 영역에 대한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방송·통신간 융합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각 해당기업들간의 융합이다. 그 예로 KT가 한국디지털위성방송의 1대 주주라는 것과 최근 SK텔레콤이 디지털 케이블 사업을 추진하는 한국디지털멀티미디어센터(KDMC)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을 들 수 있다.

 통신사업자와 방송사업자간의 상호 영역 진출이나 인수합병 및 전략적 제휴로 나타나는 기업의 융합은 뉴미디어 시대의 경쟁에서 살아남고 승자가 되기 위한 적극적인 전략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새 방송법 제정으로 외국자본의 유치가 케이블TV와 위성방송, 그리고 방송 채널 사용 사업에 33%까지, 그리고 전송망사업자는 49%까지 허용됐다. 이러한 정책의 취지는 우리의 방송시장을 외국업체에 잠식되게 함이 아니라 자본력과 산업적 노하우가 부족한 우리 사업자가 기업 스스로의 체질개선을 통해 산업기반을 공고히 하고 경쟁력을 높이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제 방송과 통신이 융합되는 뉴미디어 시대에 맞게 외국사업자에 대한 문호개방을 디지털방송산업 발전에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자세와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