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동부그룹의 아남반도체 인수

 동부그룹의 아남반도체 인수가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한다. 최근 동부화재와 동부생명을 통해 아남반도체의 유상증자 주식 1200만주를 제3자 배정방식으로 인수한 동부그룹이 미국 앰코테크놀로지가 보유한 아남반도체 주식 2000만주를 인수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이다. 동부그룹이 앰코가 보유한 아남반도체 주식 2000만주를 사들이면 유상증자 참여분 1200만주를 포함해 총 발행 예정주식(1억2388만768주)의 25.8%를 보유하는 1대 주주로 부상한다.

 그동안 설로만 나돌던 양사의 주식매도 협상이 급진전될 수 있었던 것은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을 그룹의 주력사업으로 육성한다는 방침 아래 대형 파운드리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를 모색해 온 동부그룹과 재무구조 개선 및 반도체 패키지사업 분야에 집중하기 위해 아남반도체 지분매각에 나섰던 앰코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아직 막바지 협상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수를 기정사실화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가장 분명한 사실은 지난 97년 동부전자를 설립하면서 비메모리사업에 진출(2000년)한 동부그룹과 파운드리 전문업체인 아남반도체가 한 우산을 쓰게 되면 세계 4위의 파운드리기업으로 부상하는 등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크게 달라진다는 점이다. 세계 파운드리시장은 대만의 TSMC와 UMC가 지난해 기준으로 각각 45%와 28%를 차지하는 등 시장을 양분하고 있으며, 싱가포르의 차터드가 11%로 3위에 올라 있을 뿐 나머지 회사들의 시장점유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따라서 월 생산능력(200㎜ 웨이퍼 기준) 5000장으로 규모의 경영을 실현하기 어려웠던 동부전자와 월 3만장을 생산하는 아남반도체가 합치게 되면 총 3만5000장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물론 시장전망도 밝다. 연초 IC인사이트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 파운드리 시장규모는 2002년 109억달러에서 2006년에는 305억달러로 연평균 29% 성장하며 전체 반도체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올해 7.9% 수준에서 2006년에는 15%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파운드리업체의 주 고객인 설계전문업체도 급증하고, 종합반도체업체(IDM)의 아웃소싱도 확대되는 추세라고 한다. 모토로라·도시바 등 굴지의 IDM들이 전체 생산의 50% 이상을 아웃소싱으로 충당할 정도라니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렇다고 장밋빛 미래만 놓여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 파운드리시장을 주도하는 대만과의 경쟁에서 아직은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래 고수익 분야인 비메모리반도체사업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이 분야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 같다. 또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는 동부전자가 보유한 첨단기술과 아남반도체의 탄탄한 영업능력을 제대로 접목시켜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0.18미크론(㎛) 이하 공정 제품생산은 동부전자가, 0.18∼0.35㎛ 공정은 아남반도체에 맞기겠다는 구상은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바람직한 계획이라고 본다.

 세계 비메모리업체간 짝짓기와 시장재편이 가속화되는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영을 이룰 수 있는 생산설비와 더불어 앞선 기술력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