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국가들의 정치적 결사체인 아프리카단결기구(OAU)를 계승한 ‘아프리카연합(AU)’이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지난 9일 공식 출범했다.
타보 음베키 남아공 대통령이 출범 첫해인 올해 의장직을 수행하기로 한 AU는 아프리카 대륙의 빈곤 및 불안정 극복, 민주화 등을 기치로 내걸었다.
53개 아프리카 국가들을 한데 묶는 강력한 기구로 출범한 AU는 유럽연합(EU)을 모델로 평화안보위원회·아프리카의회·사법재판소·중앙은행의 설치, 단일통화 도입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상호불간섭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EU와 달리 정치·군사·사회 분야에서 적절한 통제와 인권개입을 통해 아프리카를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특히 AU는 회원국 내정 불간섭 주의로 분쟁해결 능력이 뒤떨어진 OAU와 달리 유엔안전보장이사회처럼 회원국 군대로부터 병력을 차출받아 평화유지군을 구성, 대량학살과 같은 반인도적 범죄에 개입할 수 있도록 했다.
분쟁과 경제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더 많은 해외원조를 대가로 아프리카 국가들이 민주주의를 이행할 것을 규정하고 있는 ‘아프리카 개발을 위한 신파트너십(NEPAD)’과 긴밀히 연계돼 있다.
아프리카 합중국 건설을 제창, AU 창설 구상을 처음으로 내놓았던 무아마르 가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는 AU 출범을 “꿈이 실현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아프리카가 걸어온 역사와 마찬가지로 AU의 앞으로 행로도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무엇보다 통합에 대한 회담이 불충분한데서 비롯되는데 비판론자들은 AU가 높은 목표를 달성해갈 자원과 정치적 의지가 있는지 아니면 AU가 계승한 OAU처럼 또 하나의 이 빠진 관료주의가 될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
또 아프리카 대륙에 창궐한 압제정치와 부패정권, 분쟁을 다스릴 수 있는 힘을 가질 것인지 의문이다. 특히 아프리카에서는 지금도 르완다·우간다·짐바브웨가 콩고민주공화국 내전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으며 기니는 라이베리아 반군을 지원하고 있다. 수단과 부룬디, 콩고·브라자빌의 내전도 계속되고 있다.
경제적 문제는 한층 더 심각하다. 회원국간 10배까지 벌어진 경제적 격차를 메우기도 용이하지 않고 회원국간 관세 장벽과 부실한 교통망, 복잡한 세관절차 등도 장애물이다. 이밖에 4000만달러 이상의 OAU 부채를 계승하고 있어 자금 계획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AU가 순탄하게 나아가기 위해서는 “강철같은 의지와 정력, 고도의 정치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