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텔레콤 `벼랑끝`

 독일을 대표하는 통신사업자 도이치텔레콤(DT http://www.dtag.de)이 최악의 경영위기를 맞고 있다.

 11일 파이낸셜타임스 신문에 따르면 DT는 지난 96년 민영화된 후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지난 3월말 현재 673억 유로(78조7410억원)를 기록했다.

 또 이 회사의 수익성도 최근 계속 악화되어 지난 3월 끝난 1분기 유선 사업부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대비 16.7%나 격감했다. 주가도 폭락해 2000년 3월 100유로에서 최근 10유로 선을 맴돌고 있다.

 오는 9월 22일 총선을 실시해야 하는 독일 정부로서는 독일 민영화 정책의 상징인 DT의 경영악화 문제가 최근 선거쟁점으로 등장하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마침내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여론의 압력에 굴복해 론 조머 회장(CEO·53)을 경질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경영위기의 원인=무리한 사업확장이 화근이 됐다. 지난 95년 이 회사의 사령탑을 맡은 론 조머 회장이 가장 먼저 착수한 것은 전 세계를 커버하는 이동통신망 구축이었다. 그는 이를 위해 이통 자회사 T모바일인터내셔널을 통해 각국 10여개 이통 업체들에 잇따라 투자해왔다.

 T모바일인터내셔널이 투자하고 있는 업체를 보면 독일에서 약 20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T모바일을 비롯해 영국의 원투원(900만명), 오스트리아의 맥스닷모바일 및 체코의 라디오모바일(각각 210만명), 러시아 MTS(140만 명) 등에 고르게 분포돼 있다.

 론 소머 회장은 지난해 세계 최대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또 한번 승부수를 던졌다. 미국 5위 이통 업체 보이스스트림과 파워텔을 잇달아 인수한 것. 이를 위해 쏟아 부은 투자자금만도 330억달러에 달했다.

 DT는 이러한 사업확장 과정에서 부채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회사경영을 압박했고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불황의 여파로 전 세계 통신 관련 업계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DT의 경영은 위기상황으로까지 몰렸다.

 ◇앞으로 전망=총선을 앞두고 있는 독일 정부가 조만간 론 조머 회장을 경질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련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누가 DT의 CEO를 맡더라도 경영난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독일 정부의 또 다른 고민이 있다.

 세계적인 투자은행 UBS워버그의 통신 애널리스트 사이먼 더프는 “론 조머 회장과 그 심복들이 DT의 요직을 대부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CEO를 교체하면 회사경영이 마비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