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단상]빅3의 법칙

 ◆<이상현 KCC정보통신 사장 shlee@kcc.co.kr>

 최근 ‘빅3 법칙’이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유롭게 경쟁하는 시장에는 빅3 기업(generalist)과 틈새주자(specialist), 그리고 경쟁력을 갖지 못해 곧 사라지게 될 기업들이 있다고 말한다.

 20세기 초 미국의 자동차산업계는 500여 기업이 경쟁하는 치열한 격전장이었으나 퇴출과 합병을 거듭한 끝에 현재 GM·포드·크라이슬러 등의 3개 회사가 남게 된다. 또한 미국의 방송산업은 NBC·ABC·CBS 등 3대 채널이 주도했고, 스포츠용품은 나이키·아디다스·리복이, 신용카드 산업은 비자·마스터카드·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이렇게 시장을 지배적으로 주도하는 ‘제너럴리스트’ 인 빅3와 함께 특정 지역 혹은 특정 고객을 상대하는 ‘스페셜리스트’ 기업도 있다. 예를 들면 커피시장 빅3에 자극을 준 스타벅스나 24시간 뮤직비디오나 뉴스만 틀어주는 케이블 채널인 MTV와 CNN도 틈새시장을 노리는 스페셜리스트다. 

 각 산업의 기업 양상이 이같이 빅3로 나뉘는 것은 우연일까. 산업이 빅3 체제로 구성되는 이유는 시장의 경쟁 특성과 효율성 추구 때문이라고 말한다. 즉 3개의 기업이 시장을 지배할 때, 소비자들은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고 경쟁의 강도도 적당하며 시장효율성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여기서 경영자가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제너럴리스트와 스페셜리스트 사이에서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못해 함정에 빠지는 경우다. 빅3는 큰 규모만 믿고 시장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에, 그리고 스페셜리스트는 성장의 유혹에 굴복해 무조건 시장을 확대하다가 낭패를 당한다.

 최근 과당경쟁이 판을 치는 IT산업을 둘러보면 지난 몇년 동안의 거품이 가져온 공급과잉이 아직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나 많은 제너럴리스트와 스페셜리스트가 혼재해 있는 양상이다. 물론 빅3 법칙의 저자가 전제로 한 ‘자유시장경쟁체제’라는 조건이 유효하다면, 각 기업의 생존전략은 3강 안에 들어가는 제너럴리스트 기업이 되거나 스페셜리스트로서 절대적인 지배력을 갖는 자신만의 틈새를 찾으라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가장 위험한 것은 틈새를 파는 스페셜리스트가 되기에는 너무 크고, 빅3가 되기에는 모자라는 어정쩡한 함정에 빠진 기업이다. 간단한 법칙이지만 경영자들에게 강력한 시사점을 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