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이중적인 `가치 기준`

 ◆원철린 문화산업부장 crwon@ etnews.co.kr

 

 지금 디지털시대의 매체윤리 규제에 대한 우리사회의 가치기준이 있는지 궁금하다. 정부정책도 그렇고, 정부정책에 대해 반대하는 시민단체들도 그렇고 어떠한 원칙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매체별로 이루어지고 있는 윤리 규제는 일관된 형평성없이 입맛대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다 보니 매체윤리 규제와 관련, 우리사회의 이중적인 접근태도로 인해 우리사회의 가치기준을 알 수 없다.

 현재 우리사회의 가치기준 혼란은 인터넷 등급제와 온라인게임 등급제에서 극에 달했다. 인터넷의 폐해가 불거지면서 정보통신부가 오래전부터 추진하고 있는 인터넷 등급제의 경우 시민단체들의 반발로 오리무중이다. 언제 시행될지 기약할 수 없다.

 반대로 문화관광부는 온라인게임에 대한 등급제를 가볍게 시행하고 있다. 도입과정에서 이해당사자격인 업체들의 반발은 있어도 시민단체들의 반발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온라인게임의 등급제는 되고, 인터넷 등급제는 안된다는 이중적인 접근태도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진 것이다.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인터넷 등급제가 너무 포괄적이어서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도입자체를 반대할 수 있고, 온라인게임 등급제는 구체적이고 오락물이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도입해도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이같은 편의적인 사고가 적용됐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만약 이런 사고논리라면 인터넷 등급제를 세부적으로 나눠서 분야별로 등급제를 적용하면 그때는 도입 자체를 막을 수 없다. 이미 온라인게임 등급제를 도입했으므로 반대할 수 있는 명분이 약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인터넷 등급제와 온라인게임 등급제의 도입과정을 보면서 우리사회가 과연 어떤 가치 기준을 갖고 있는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윤리 규제와 관련, 가치기준이 혼란스러운 것은 정부정책의 형평성 문제다.

 방송위원회는 방송프로그램의 등급제를 도입하면서 우선 방송사에서 자율적으로 등급을 매기도록 했다. 하지만 문화부는 방송위원회와는 달리 온라인게임 등급제를 도입하면서 업계 자율에 맡길 수 없다면서 영상물등급윤리위원회에 맡겼다. 이처럼 정부정책이 힘있는 방송사 앞에서는 초라해지면서 힘없는 중소업체들 앞에서는 강한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정책이 힘을 받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신뢰를 얻어야 한다. 힘에 따라 정부정책이 달리 적용된다면 정부정책 자체가 신뢰성을 얻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지금 혼돈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정부의 매체윤리정책이 과연 적합성과 형평성을 갖추고 있는지 의문시된다. 얼마 안있으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다. 따라서 지금부터 디지털시대에 맞는 매체윤리정책을 세워야 한다.

 매체별로 정책보다는 규제 중심에 무게를 두고 있는 윤리기구를 통합, 정책에 중심을 둔 매체윤리 정책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디지털로 접어들면서 매체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방송채널만 해도 지상파 이외에 케이블, 위성채널 등이 생겨나 지금은 100여개를 넘고 있다. 많은 매체가 생겨나면서 정부가 이를 관리하고 윤리 규제까지 도맡아 처리하기에는 벅차다.

 매체윤리 정책기구에서는 매체윤리 기준을 세워 매체교육관련 정책 등을 맡고 대신 매체윤리 규제는 시민단체와 업체들의 자율에 맡겨 놓아도 별 문제가 없을 듯 싶다.

 한일 월드컵에서 우리는 선진국도 놀랄 정도로 수준 높은 응원문화를 전세계에 펼쳐 보였다. 따라서 정부가 윤리 규제까지 맡아 국민을 계도하겠다는 발상은 19세기 유물이다. 이제 아날로그적인 유물들을 버리고 정부도 디지털에 맞는 한차원 높은 성숙된 정책을 펼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