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보보호업계의 살길

 올 상반기 내내 정보보호업계에서는 ‘6월 대란설’이 끊이지 않았다.

 6월 대란설의 요지는 이렇다. 벤처 붐이 한창 일던 지난 2000년 투자를 받은 정보보호업체들이 극심한 매출 가뭄과 과도한 고정비 지출에 시달려 버티지 못하고 6월이 되면 연쇄적으로 무너진다는 것이다. 월드컵 영향인지 업계의 우려와는 달리 6월 대란설은 다행이 넘어간 듯하지만 아직 ‘대란 우려설’이 계속되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최근 정보보호업계에서는 “3∼4개 업체가 팔린다더라” “모 통신사가 정보보호업체인 A사 제품을 걷어내기로 했다더라”는 등 위기감 섞인 목소리가 무성하게 떠돌고 있다.

 지난해 경쟁적으로 내놓은 ‘신제품 출시’나 ‘핵심인력 확보’ ‘해외시장 진출 활발’ 등의 긍정적인 소식은 사라진 지 오래다. 이처럼 불안한 외줄타기를 거듭하면서 업계에는 언제부터인가 ‘상호비방’이라는 병패까지 자리잡아가고 있다.

 그동안 시장 규모를 키우기 위해 협업을 강조하던 업체들이 ‘경쟁제품 성능 깎아내리기’나 ‘덤핑시비’ 등으로 등을 돌리기 일쑤다. 여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가 경쟁업체 사장이나 임직원에 대한 비방 소문을 퍼뜨리는 등 ‘도덕성 흠집내기’도 난무하고 있다.

 이 같은 업체들의 행태를 두고 일부에서는 살아남기 위한 피치 못할 선택이라는 얘기도 있고, ‘경험부족’에 무게를 두는 이도 있다. 그러나 한결같이 이 같은 상호비방이 경기불황이나 대란설보다 오히려 정보보호업계 전체를 병들게 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는 데는 동의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동반자살의 길’이라는 극단적인 용어를 쓰며 상호비방 자제를 촉구하고 있다.

 아직 많은 업계 관계자는 한창 자금시장이 호황일 때 업체간 전략적 제휴를 맺으면서 입버릇처럼 외치던 ‘윈윈전략’을 기대하기는 어렵더라도 최근의 불황을 구조조정의 기회로 삼아 양질의 업체가 살아남을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제 정보보호업계는 이기적인 헐뜯기에서 벗어나 상생의 길을 찾기 위한 지혜를 모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