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IT문화도 선진화를

 ◆박연식 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 위원

 전세계 정보기술(IT)은 소프트웨어(SW)를 중심으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

 부가가치가 높고 급속한 성장을 보이는 SW산업은 우리나라와 같이 자원이 부족하고 교육 수준이 높은 나라에서 매우 적합한 산업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창의력과 기술력이 승패의 관건인 지식산업에서 SW에 대한 불법복제가 성행한다면 창의력 발휘는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더욱이 어렵사리 제품을 개발해 시장에 내놓자마자 곧장 불법복제품이 나돈다면 해당 업체는 말할 것도 없고 국내 SW산업의 성장과 발전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2002년 6월 BSA(Business Software Alliance)가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의 SW 불법복제율은 48%로 추정된다고 밝히고 있다. 즉 소비자가 사용하고 있는 제품 중 정품 사용은 52%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BSA의 복제율 산정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는 등 다소 비판이 있기는 하지만 SW 불법복제율은 지적재산권에 대한 우리의 의식이 향상되면서 전세계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에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지난해 전세계 SW 불법복제율은 40%며 이로 인한 경제적인 손실을 달러로 환산하면 연간 109억달러에 이르고 한국은 연간 1억8600만달러의 손실이 있다고 한다.

 정부 발표에 의하면 현재 50% 수준인 정품 사용률을 10% 높이게 되면 국내 SW매출액이 2조6600억원 가량 늘어나고 이를 통한 인력 고용이 16만4000명 정도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1년 상반기에 대대적으로 진행된 SW 불법복제 단속, 이후 정부차원에서 SW 불법복제 상시단속과 SW 지적재산권 보호에 대한 교육·홍보 등 정부와 관계 기관의 부단한 노력으로 한국의 SW 불법복제율이 감소하고 있지만 선진국 수준(미국·영국 25%, 덴마크 26%)에 접근하려면 여전히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러한 SW 불법복제의 주요 원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SW는 그 성격상 복제가 쉽다. 둘째, 복제품과 정품간 성능상 차이가 없다. 셋째, 복제한 사실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넷째, SW저작권 보호에 대한 사용자 의식이 부족하다. 다섯째,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 고가의 SW가격 등을 들 수 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는 정품SW 사용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과 홍보, SW가격 인하를 위한 정책적인 지원, 그리고 지속적인 불법복제 단속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결국 소비자의 양심에 견주어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려는 자세가 없으면 불법복제 근절은 어렵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IT산업 발전과 나아가 IT문화도 선진국 수준으로 향상시키기 위해 우리 모두 정품 사용에 대한 의식전환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나의 권리가 중요하고 존중받기를 원한다면 타인의 권리도 역시 중요하고 존중돼야 한다는 의식이 필요하다. 물론 불법복제에 대한 단속도 계속돼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SW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국민 모두가 정품SW 사용에 앞장서 2001년 정품 사용 순위 세계 27위에서 올해에는 선진국 수준(13위:일본 37%, 14위:캐나다 38% 등)에 도달하도록 노력하고 관련기관과 학회 등 상호 협력해 교육과 홍보활동에 앞장서야 하겠다.

 IT산업과 IT문화 수준 모두 일등국가, 일등국민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