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일본-썰렁한 호주머니 우울한 샐러리맨

 일본 샐러리맨들의 한달 용돈은 얼마나 될까.

 일본내 대형 소비자 금융기관인 GE컨슈머크레디트가 최근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평균 5만4900엔이다. 원엔 환율을 대략 10대1로 보면 55만원 정도인 셈이다. 언뜻보면 적어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일본내 물가는 한국에 비해 식비가 2배, 교통비가 3배 이상이다. 한국인이 도쿄에 와서 체감하는 일본 물가는 대략 2배. 결국 일본 샐러리맨의 5만4900엔은 우리나라 직장인이 체감하기엔 55만원이 아닌 27만원 정도에 해당한다.

 일본내 샐러리맨의 용돈은 매년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90년 한때 월평균 7만엔대를 돌파하며 8만엔에 육박하던 호시절에 비하면 샐러리맨의 주머니는 상당히 썰렁해진 감이 있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서도 3500엔 줄어든 금액이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40대 이상 ‘아버지 세대’의 용돈 감소다. 매년 봄에 이뤄지는 승진기간 이후 용돈의 변화를 묻는 질문에 ‘줄었다’는 응답이 10.5%로 ‘늘었다(7.1%)’보다 높았다. 지난해에는 ‘늘었다’가 8.2%, ‘줄었다’가 7.5%였던 데 비해 이마저도 역전된 셈이다. 특히 용돈이 줄어든 직장인의 비율은 40대가 17%, 50대가 16.8%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GE컨슈머크레디트측은 “자녀들의 교육비 등을 고려하여 가정을 위해 용돈의 감액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우리시대 아버지들의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용돈의 금액에 대해서는 월평균 8만2600엔. ‘현실과 이상과의 차’는 2만7700엔인 셈이다. 지난해와 무려 3만2900엔 차이가 나는 것을 감안하면 눈높이 역시 상당히 낮아졌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점심 한끼의 평균은 690엔으로 작년보다 20엔 줄었다.

 일본 샐러리맨들은 고도성장기에 묵묵하게 자기 할 일을 해내는 일본의 이미지를 전세계에 알린 당사자다. 버블 붕괴 후 장기 불황인 ‘잃어버린 10년’을 일본이 견딘 것도 다 이들의 힘이다. 그런 이들의 용돈과 점심값이 올라갈 때쯤 일본 경기도 회복기에 접어들지 않을까 싶다.

 <도쿄 = 성호철 특파원 hcs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