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글로벌 기업이 되려면

◆김동연 텔슨전자 부회장

 우리나라 정보기술(IT)산업은 97년 IMF 위기에 빠진 경제를 다시금 세계 무대로 복귀시키고 전세계로부터 이번 월드컵이 ‘IT월드컵’이라는 호평을 받게 하는 등 한국을 활력에 넘친 매력적인 국가로 변모시킨 주역이다.

 이를 방증이라도 하듯 지난해 말 IT산업은 전체 수출액 1504억달러 가운데 25% 수준인 384억달러를 기록했고 무역흑자 규모도 105억달러에 달해 전체 산업의 무역흑자 규모 93억달러보다 12억달러를 초과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는 IT산업덕에 무역흑자를 기록했다는 이야기다.

 흔히 IT산업의 삼총사라고 하면 반도체·컴퓨터·무선이동통신을 꼽는다. 무선이동통신 분야 중에서 특히 전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부문은 한국이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을 주축으로 한 이동전화단말기(hand Set)다.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지가 지난 6월 3일자에서 한국 이동전화단말기 업계를 특별 조명한 내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비즈니스위크는 “미국·유럽 등 세계 최대 이동전화단말기 선진업체들이 올해 매출 전망치를 하향조정하는 등 울상을 짓고 있지만 한국 업체들은 미소를 머금고 있다”고 전하면서 “한국 업체들은 한 발 더 나아가 차세대 제품에 대한 연구개발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면서 세계시장에서 매출비중을 높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지난 1분기 한국의 휴대폰 수출액이 전년보다 33% 가량 증가한 19억7000만달러에 달했으며, 올해 전체적으로는 92억달러(한화기준 11조9000억원)를 기록해 세계 시장점유율이 20%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견했다. 한마디로 그동안 한국의 주력 수출상품의 대명사가 ‘반도체’에서 ‘휴대폰’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또 우리나라 이동전화단말기 업계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가장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이동전화단말기 업계는 대기업은 물론 중견업체들도 세계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목표는 ‘글로벌 기업’이다.

 글로벌 기업은 현재 우리나라 IT기업이 추구하고 있는 우선적 가치이자 방향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과연 우리나라와 같이 작은 나라에서 어떻게 글로벌 기업을 창출해 나갈 수 있을까’하는 현실적 명제에 부딪히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인구 500만명에 불과한 핀란드에서 탄생한 글로벌 기업인 ‘노키아(Nokia)’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크다. 노키아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세계 브랜드 순위에서 세계 5대 브랜드로 랭크됐고 핀란드 전체수출의 23%, 연구개발(R&D) 20%, 헬싱키 증권시장 시가총액 60%를 차지하는 초일류 기업이다.

 그러나 노키아는 20년 전까지만 해도 목재·고무·금속·화학 등 20개 계열사를 거느린 전형적인 ‘문어발 그룹’으로 80년대 초에는 심각한 한계상황에 봉착하기도 한 전통기업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이는 별로 없다.

 오늘날의 노키아는 당시 한계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모든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모든 힘과 자원을 이동전화단말기와 정보통신에 쏟아붓는 파격적 사업구조조정을 단행한 선택과 집중의 결과다. 또 각국에서 그나라 문화와 결합해 공헌하고 기여하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의 결실이다. 지역사회와의 커뮤니케이션은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의 원천이다.

 우리나라 기업이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각 나라에 진출해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마케팅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와 더불어 내부적으로 기업의 시스템과 조직문화에서 글로벌 스탠더드를 준수하고 투명성을 갖추는 한편 외부적으로는 진출국가에 기여하고 공헌하는 국제 시민정신(citizenship)을 갖춘 현지화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