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미디어산업의 살길

◆강현두 스카이라이프 사장 ceo@skylife.co.kr

시청각 서비스 시장에 대한 대대적인 개방을 요구하는 WTO 체제속에서 우리의 미디어산업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전세계 언론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월드컵 축구대회를 치르면서 우리의 미디어 시장은 한층 성숙해진 듯하지만, 차분히 생각해 본다면 진정 글로벌시대에 맞는 모습을 갖추고 있는 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이번 월드컵 경기대회를 함께 치른 일본의 경우를 볼 때, 월드컵 축구대회 64 전경기는 위성방송인 스카이퍼펙TV에서 중계방송하였고, 지상파 방송사들은 이중 40경기만을 방송하였다. 그것도 채널간 중복없이 추첨에 의해 경기당 한 채널에서만 방송했다. 이를 통해 일본 스카이퍼펙은 전년대회 약 30%의 가입자가 증대하여 300만 가입자 시대를 활짝 열면서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누구나 알 듯이 월드컵 축구대회는 지상파 사업자들이 독점중계했으며, 이를 통해 수백억원대의 광고수입을 올렸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전세계 방송사업자와 무한경쟁을 치러낼 수 있는 튼실한 방송산업의 기반이 구축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최근 독일 최대의 민영방송인 프로지벤자트아인스를 소유하고 있는 거대 미디어그룹인 키르히, 세계 2위의 미디어그룹인 프랑스의 비방디, 영국의 지상파 디지털TV사인 ITV 등이 심각한 경영난에 빠지며, 전세계 미디어산업은 재편되고 있다. 이를 가속화시키는 것은 바로 WTO 체제일 것이다.

 WTO 체제하의 미디어산업은 일반상품의 국제교역 및 투자에 적용되던 규범이 방송 서비스에도 적용됨에 따라 산업·무역의 세계화와 함께 국경없는 무한경쟁시대로 돌입함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국내 방송사업자들이 이러한 무한경쟁시대의 시장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선 이제 더이상 규제를 통한 보호위주의 정책은 무의미하다. 오히려 자국의 미디어가 경쟁력있는 기업으로의 발전이 가능하도록 가능한 한 미디어 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을 펴는 것이 불가피하다. 어차피 글로벌화되고 거대화되는 것이 추세인 마당에 정책 당국이 불필요한 규제로 시장의 발전을 왜곡해서는 안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가능한 한 시장경쟁을 촉진하고 시장이 확대되도록 지원하는 공세적인 정책만이 한국방송이 가질 숙 있는 마지막 기회를 살리는 방책일 것이다.

 방송통신 융합시대를 살아가는 오늘의 우리에게 방송법은 지상파 방송과 외국방송 재송신 제한, 의무송신 채널 명시, 공공채널 및 종교채널의 의무송신 규정, 자체 채널비율 및 의무편성 비율 준수 등등 여러가지 규제조항을 두고 있다. 물론 방송법은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고 방송의 공적 책임을 높임으로써 시청자의 권익보호와 민주적 여론 형성 및 국민 문화 향상을 도모하고 방송의 발전과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규제조항들의 존재의미가 있겠지만, 이것이 방송통신 융합시대인 21세기 무한경쟁시대의 방송산업을 육성 발전시키는데 적합한 것인 지는 다시 한번 면밀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특히, 새로운 디지털 기술은 새로운 바탕위에서 시작하므로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국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기술과 이에 기반한 새로운 매체는 규제하기보다는 적극적 지원을 통해 국내시장을 넓히고, 세계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