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활발하게 진행되던 통신산업 구조조정이 사업자간 이해 갈등, 정보통신부 장관 교체 등 복합적인 이유로 지연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통신사업자들의 투자도 순연되거나 축소될 것으로 예상돼 투자 확대를 기대하던 통신장비업체들의 주름살도 깊어지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통신사업자들은 올들어 합병과 인수 등을 통한 통합논의를 의욕적으로 벌여왔으나 최근 사업자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거나 통신사업자 내부 문제 등이 맞물려 예정보다 늦춰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기에 통합논의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정보통신부의 수장이 교체되면서 향후 통신정책을 일단 지켜보려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특히 오는 12월 대선을 앞두고 차기 정권에 관심이 몰리면서 통신업계 구조조정 논의 자체가 실종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통신업계 구조조정의 핵심인 파워콤과 KT 자회사, 두루넷 등은 민영화나 통합논의가 지연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파워콤의 경우 한국전력이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2차에 걸쳐 파워콤의 지분매각 입찰을 실시했으나 단독입찰이나 가격미달 등의 이유로 유찰시켰다. 이에 따라 정부의 이달 매각완료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한전은 이번주 중 재입찰 공고를 거쳐 다음달까지 매각작업을 완료할 예정이나 낙찰가격과 입찰요건·실사·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의 일정을 감안할 때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KTF와 KT아이컴간 합병도 다음달 이후로 늦춰질 전망이다. 이들 회사의 합병건은 최근 급속하게 진행돼 이르면 이달 중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상철 전 KT 사장의 입각으로 KT 내 최종 결정권자가 공석인 상태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WCDMA 서비스에 관한 KT 차원의 구체적인 계획 또한 다음달 말께나 확정될 전망이다.
KT는 지난 4월 자회사인 KTF·KT아이컴과 함께 유무선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자회사간 통합작업을 추진, 구체적인 통합안을 마련해 정통부 등과 협의한 후 이달 말께 합병방안 발표를 고려했다.
두루넷의 초고속인터넷부문 사업매각 논의도 당분간 잠복할 것으로 보인다. 두루넷은 그동안 하나로통신과의 합병 논의를 진행해왔으나 SK텔레콤과의 전용선 매각 문제로 결렬된 바 있다. 두루넷은 최근 데이콤과 초고속인터넷부문 매각에 대해 논의를 벌였으나 다시 미뤄졌다. 하나로통신도 두루넷과의 논의 재개 의사를 비쳤으나 파워콤 입찰 이후에 다시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연말께나 가시화될 전망이다.
이처럼 업계 재편이 늦어지면서 KT와 SK텔레콤을 제외한 제3 통신세력의 대통합 그림도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선정국으로 들어가면 민영화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지고 기업 내부의 반발 강도도 거세질 것으로 예상돼 논의 자체가 실종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파워콤의 민영화는 한전의 다른 자회사인 발전자회사의 민영화와도 연관이 있는 만큼 더이상 늦추다가는 정부 정책 의지를 의심받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비업체의 관계자는 “통합논의가 진행되는 업체들은 일단 경영구조를 안정시켜야 설비투자 등을 고려할텐데 현재로서는 기대하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