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누구를 위한 표준화?

 디지털케이블TV의 국가표준을 놓고 정보통신부와 사업자간 갈등이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상반기 동안 디지털지상파 표준화 문제를 놓고 시끄러웠던 광화문 네거리를 하반기에는 디지털케이블TV 표준화문제가 점할 분위기다.

 문제는 디지털케이블TV 표준화의 경우 지상파와 차원이 다르다는 점이다. 특정사업자와 함께 방송사 노조, 시민단체 위주로 문제가 제기됐던 디지털지상파와 달리 디지털케이블TV 표준화는 수용주체이자 투자주체인 사업자들이 직접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통부측은 현재의 표준정책이 단기적으로는 사업자들의 경쟁력 약화를 야기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사업자들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지만 사업자들의 주장 또한 설득력이 높다. 사업자들은 표준 수용주체의 요구가 배제된 표준화 정책은 시장실패만 야기할 것이라고 언성을 높이고 있다. 경쟁사업자인 위성방송은 디지털로 무장시켜 출범시켜놓고 왜 자신들은 잘못된 표준화 정책에 묶여 앞으로도 1년반 이상을 허비해야 하는가 반문하고 있다. 왜 LG전자나 삼성전자 등 몇몇 장비업체의 배를 불리기 위해 힘없는 케이블사업자들이 희생해야 하는가 라고도 말한다.

 제2의 CDMA육성이란 정통부의 표준화 정책목표 또한 비난 대상이다. 가입자 3000만명 이상의 잠재적 수요를 바탕으로 출발했던 CDMA와 달리 디지털케이블TV 가입자는 오는 2005년까지 200만명을 넘기 힘들 것이란 게 사업자들의 설명이다. 출범 7년이 지났지만 케이블TV 아날로그서비스의 기본형 가입자가 90만명을 밑돌고 있는 상황에서 제2의 CDMA는 과장되도 너무 과장됐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투자주체인 사업자들의 소리를 담지 못하고 장비업체들의 주장만 담긴 표준화 정책, 매체환경을 전연 고려하지 못하는 표준화정책, 표준화의 궁극적 지향점이 잘못된 정책은 문제가 있으며 바뀌어야 한다. 표준을 수용한 상용화 제품의 출시시기를 자신있게 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표준을 밀어붙이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대립양상속에서 공청회 한번 없이 표준을 밀어붙인다는 것은 어색해도 한참 어색하다.

 <문화산업부·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