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남 엘엔아이소프트 사장
지난 88년 해외의 여러 학교와 단체를 방문한 적이 있다. 서울올림픽이 끝난 직후여서인지 한국에 대해 알고 있는 듯한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그리고 몇해 지나 다시 방문을 했을 때 필자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한국에 대한 외국인의 이해는 극히 미미한 수준으로 다시 떨어져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몇몇 학생들은 일본은 알아도 한국은 모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작 안다고 해봐야 전쟁을 치른 나라라는 것, 남북한으로 나뉜 분단국이라는 것 정도였다. 그것도 연세가 어느 정도 있는 분들의 반응이었다. 올림픽을 치른 이후 국가 홍보에 별로 관심을 갖지 않은 결과였다.
현재 국내 기업들은 뛰어난 성장력으로 점차 세계시장으로 나아가고 있다. 점차 다국적화되고 있는 기업들은 자사의 이미지 광고 및 홍보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인지도의 차이가 곧 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판단에서다.
이렇듯 기업도 자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많은 투자를 하는데 한국은 과연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얼마나 많은 투자를 하고 있을까. 국내 기업들은 제품을 외국에서 판매할 때 한국 기업이라는 것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때가 많다고 말한다.
이제 우리는 전세계의 축제인 월드컵을 성공리에 개최했고 월드컵 4강의 신화를 창조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분위기를 계속해서 이어가지 않으면 88 서울올림픽 때와 마찬가지로 몇년 후 세계인의 기억 속에서 우리는 다시 사라져버리고 말 것이다.
그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월드컵 때 보여준 국민의 단합된 힘과 2400만명이 넘는 인터넷 인구, 세계 1위의 정보통신 인프라를 활용하자. 2400만명이 사이버 세상의 붉은 악마가 돼 국가 홍보대사로 나서자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인터넷을 정보수집이나 친분있는 사람들과의 교류의 도구로서 활용했지만 정작 외국 친구들과의 교류에는 인색했다. 우리의 네티즌 1명이 외국인 친구를 3명씩만 갖는다면 돈 한 푼 안 들이고 외국인 7200만명에게 우리나라를 알릴 수 있게 되며 이 7200만명의 주변 사람까지 생각한다면 실로 엄청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이 가장 경쟁력을 갖고 있는 IT인프라를 통해 해외교류를 활성화시킴으로써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국이 어떤 나라이고 어떤 문화가 있으며 한국인은 어떻게 생활하는지 관광·교육·문화산업 등에서도 엄청난 파급효과를 동반할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언어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어렸을 적부터 세계 공용어로 평가받는 영어를 거의 10년 넘게 배운다. 하지만 정작 외국인만 봐도 겁부터 내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우리가 외국어만 배웠지 실질적으로 대화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인터넷에서는 대화보다는 채팅을 활용하기 때문에 더 편하게 접근할 수 있다. 또한 세계 공용어인 영어를 꼭 쓸 필요는 없다. 컴퓨터를 활용한 번역 시스템을 이용하면 한국어를 세계 중심에 갖다놓을 수도 있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의사전달 수단으로서 번역 시스템은 훌륭한 통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노력으로 외국 이웃들과의 교류를 활성화시켜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로 만들자. 이미 우수한 국산 번역 소프트웨어들이 많이 개발돼 이같은 역할을 수행할 준비를 마친 상태다.
번역 솔루션의 적절한 활용을 통해 우리는 월드컵 기간중 4000만이 보여준 힘을 국가 경쟁력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것은 물론 IT산업의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