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벤처산업을 살려야 한다

 벤처업계에 적신호가 켜져 걱정이다. 전세계적인 정보기술(IT) 열풍과 정부의 벤처기업 육성정책이 맞물리면서 지난해 4월 1만개를 돌파했던 벤처기업이 1년 2개월 만에 1만개 이하로 떨어지고, 벤처 집적시설과 벤처기업의 주요 자금원이었던 벤처캐피털이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말 1만1392개였던 등록 벤처기업이 지난 6월말 현재 9993개사로 감소했고 98년부터 각 시도지사가 지정해온 벤처기업 집적시설 수는 2000년 162개에서 지난달말146개로, 2000년말 154개이던 벤처캐피털이 139개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던 벤처기업과 투자기관 그리고 벤처 육성시설이 이처럼 감소하는 것은 우리 벤처산업이 총체적인 위기국면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IT열풍과 정부의 벤처기업 육성정책이 맞물리면서 한때 한국경제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던 벤처산업계에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은 지난 2000년 초부터 시작된 세계적인 IT버블이 국내에도 이어지고 각종 게이트가 겹치면서 나타난 결과라고 하겠다.

 물론 한탕주의에 빠져 각종 게이트에 연루되거나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지 못한 벤처기업인에게 전적인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동안 ‘묻지마 투자’란 말이 유행할 정도로 세인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던 벤처에 대한 투자열풍이 이처럼 싸늘하게 식은 것도 결국은 펀딩에 열을 올리면서 기술개발을 외면해온 벤처기업인들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본다.

 그렇다고 지난날의 잘못만을 탓하자는 것은 아니다. 과오를 따지는 것보다는 꺼져가는 ‘벤처 불씨’를 다시 지피는 것이 국가와 기업의 대외 경쟁력 강화와 새로운 산업협력 차원에서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창출하는 등 21세기 지식경제시대를 리드해야 하는 벤처는 특정 분야에서 첨단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벤처는 한 사람 또는 소수의 사람들이 모여 기술을 개발하기 때문에 대다수가 다른 기술과 결합돼야 상품성을 갖게 되며, 기술개발이 주 업무이기 때문에 자금조달이나 마케팅 및 생산 부문이 취약하다. 따라서 벤처 혼자 기업활동에 필요한 다양한 기능을 담당하기 어렵다. 더욱이 기술 못지 않게 마케팅과 관리 능력이 있어야 지속적인 경영활동이 가능한데 대부분 기술만 보유했지 이런 분야에는 관심도가 낮아 실패를 자초한 것도 상당수다.

 우리가 벤처생태계에 켜진 적신호를 우려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벤처가 기업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제반사항을 보완해주는 벤처캐피털, 코스닥과 M&A 등 회수시장, 정부·지자체의 각종 지원제도와 인프라가 상호 작용하는 벤처생태계야말로 우리의 벤처가 살아갈 수 있는 자양분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우리의 벤처기업들은 지금 삼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각종 게이트가 터지면서 이미지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었고, IT경기와 코스닥 시장 침체로 투자유치도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당국은 물론 벤처업계 종사자들조차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프라이머리CBO 등 무차별적인 자금지원과 대주주 지분변동 제한 확대 등 벤처산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추진해온 그동안의 정부정책이 문제를 악화시켰던 것도 사실이다.

 이제부터라도 벤처업계의 어려움을 철저히 파악한 후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등 한국경제의 차세대 희망인 벤처산업 살리기에 모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