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중국은 한때, 막대한 잠재력을 갖는 시장 정도로만 여겨졌다. 각국 IT업체들은 세계 인구의 6분의 1이 소비하는 상품에 대한 기대를 갖고 중국에 발을 내딛었다. 시간이 얼마 흐른 뒤에는 저렴한 노동력으로 눈을 돌려 생산설비를 중국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여기에서 한발 더 진전됐다. 중국 현지 IT업체들과 개발이나 엔지니어링 부문에서 제휴를 맺는 세계 유수의 IT기업들이 늘고 있다.
중국이 이처럼 오늘날과 같은 IT강국으로 올라서게 된 배경에는 ‘사람’이 있다. 10억명을 훌쩍 넘어서는 인구 자원을 바탕으로 자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맞물려 중국은 세계 최대 시장에서 세계 최대의 공장, 나아가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R&D) 중심으로 나아가고 있다. 바야흐로 중국 IT부문에서 이른바 ‘양질전환’ 현상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IT부문 맨파워는 세계적 수준으로 공인받은 지 오래다. 미국이나 유럽 각국에서 수행되는 수많은 글로벌 프로젝트가 중국 엔지니어들의 참여 아래 이뤄지고 있다. 미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소재 소프트웨어업체 피닉스테크놀로지의 알 시스토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수년간 스탠퍼드대학 출신 Ph.D들을 고용할 수 있었다”고 밝힌다. 그가 지적한 Ph.D의 대부분은 말할 나위없이 중국 국적의 고급 인력들이다.
중국 엔지니어들은 속속 미국과 유럽으로 건너갔다. 자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급여 수준 때문이라고는 해도 마치 중국 IT업계에 두뇌 고갈을 불러올 것처럼 외국으로 빠져나갔다.
하지만 중국 정부와 IT업계는 엔지니어들의 해외진출을 반대하지 않았다. 매년 70만명의 공학계 학생들이 대학문을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외화 획득은 물론 선진기술 확보에 기여할 수 있으리란 생각에서 격려를 해왔다.
이처럼 중국의 IT인력이 세계 IT업계에서 인정받게 된 데에는 자국 정부의 강력한 정책이 뒷받침됐다. 중국 정부는 IT인력 양성을 위해 수십억달러를 대학들에 퍼부었다. ‘2/11 캠페인’을 통해서는 100개 대학에 22억달러를, ‘엘리트 유니버시티 프로그램(EUP)’으로는 10개 대학에 12억달러를 투입했다. GDP의 2.9%가 교육에 투자된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원칙적으로 쏟아부어진 것은 결코 아니다. 중국 정부의 IT인력 육성은 철저한 경쟁원칙 아래 이뤄졌다. 대학입학을 앞둔 수험생들은 과거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새벽 6시에 일어나 새벽 1시에 잠자리에 든다. 5%만이 대학문을 통과했던 10년 전에 비하면 7명 가운데 1명이 대학에 들어가는 지금이 상황은 훨씬 나아졌다. 하지만 경쟁이 완화된 것은 결코 아니다. 고득점으로 상위권 대학에 진학한다 하더라도 대학생활 내내 높은 학점을 따야 다국적 기업이라는 좋은 직장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경쟁은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인텔차이나에는 지원자가 연 3000∼4000명에 달하는데 이 가운데 고용되는 인력은 35%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최근 IBM중국은 1800명의 석박사급 지원자 가운데 12명만을 뽑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정부에 의해, 민간 기업에 의해 우수 인력 육성 및 거르기 작업은 계속되고 있고 이를 통과한 인력들이 중국의 IT산업과 미래를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