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규모의 경제불황 속에서 미국·유럽 등지의 통신장비 및 서비스 업체들이 매출액 감소와 수익성 악화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는 16일(이하 현지시각) 세계 제2위의 휴대폰업체 모토로라가 2분기(4∼6월) 결산에서 지난 1928년 회사설립 후 최대치인 23억2000만달러(주당 1.02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손실폭이 이처럼 커진 이유는 올초 7000명 감원비용으로 23억7000만달러가 소요된 데다 자산상각처리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터키 휴대폰 사업자에 대한 악성대출도 실적악화의 한 요인이 됐다. 이 회사는 2분기 매출액도 67억4000만달러로 전 분기에 비해 10% 감소했다.
이와 함께 로이터통신은 최근 발간된 메릴린치의 보고서를 인용, 18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미국 스프린트와 핀란드 노키아 등이 투자자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2분기 성적표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3위 장거리전화업체 스프린트는 불황의 여파로 올들어 장거리전화부문은 물론 시내전화, 이동통신 사업까지 타격을 입으면서 2분기 매출액이 작년 동기대비 7%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통신분야 시장조사업체 구프만브러더스의 애널리스트 비크 그로버는 “당초 올해 미국 이통서비스 신규 가입자 수는 지난해와 비슷한 2000만∼2100만명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최근에는 이를 무려 20%나 줄어든 1590만명으로 낮췄다”면서 “특히 스프린트PCS는 이통 신규가입자 목표치를 최근 두번씩이나 하향조정할 정도로 피부로 느끼는 불황은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은 스프린트의 최대 경쟁업체인 AT&T는 물론 지역벨사들인 SBC와 버라이존, 퀘스트커뮤니케이션스 등도 마찬가지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로버는 세계 최대 통신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미국의 서비스 사업자들은 최악의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신규투자를 동결하는 것은 물론 올 하반기에 또 다시 대규모 감원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들에게 통신장비를 공급해주는 업체들도 대부분 심각한 불황을 겪고 있다. 실제로 모토로라는 물론 18일 실적을 발표하는 노키아의 경우 올 2분기 매출액이 작년 동기대비 2∼6% 감소해 65억∼70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16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세계 최대 반도체업체 인텔은 2분기 4억4600만달러(주당 7센트)의 순익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억9600만달러(주당 3센트)에 비해 다소 증가했다. 하지만 특별비용을 제외하면 주당 순익은 9센트로 이 규모는 톰슨파이낸셜/퍼스트콜의 예상치인 주당 11센트를 밑돌았다. 매출 역시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인 63억4000만달러에 못 미치는 63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또 애플컴퓨터의 3분기(4∼6월) 순익은 3200만달러(주당 9센트)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100만달러(주당 17센트)에 비해 48% 감소했는데 이는 새로 출시한 매킨토시 컴퓨터의 판매부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밖에 인터넷 미디어 업체인 리얼네트웍스는 2분기(4∼6월) 동안 매출이 지난 1분기 대비 7% 감소한 4380만달러였으며 주당 1센트의 손실을 기록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