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광 AT그룹 대표 law@cyberlaw.co.kr
며칠전 코스닥위원회는 2002년 상반기 예비심사 결과를 분석, 발표했다. 상반기에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한 업체는 219개사이며 예비심사 승인율은 54.2%, 즉 118개사를 심사, 64개사가 승인을 받았다.
상반기 등록예비심사의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심사기준이 원칙적으로 엄격해졌다는 것이다. 물론 철회제도의 폐지 등의 일부 원인도 있겠지만 사업성, 수익성 등 경영성과에 대한 기준이 상향됐다는 점과 외형요건 등에 대한 엄격한 실사를 함으로써 예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심사를 통과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또 유가증권협회등록규정 제5조 1항 18호에 근거, 질적요건에 대한 심사기준을 정하고 기술평가 등을 통해 이를 시행한 것과 특히 벤처기업의 경우 기술력과 시장성, 수익성 등을 우선적 기준으로 삼아 코스닥증권시장을 기술력있는 벤처시장으로 만들겠다는 위원회의 의도는 분명 이전과 차별되는 것이었다.
다만 실제 벤처기업이 이런 기준을 적용받아 등록에 유리했는지는 별개의 일이다.
일반기업의 승인율이 벤처기업보다 훨씬 높았다는 점도 특징 중 하나였다. 승인된 벤처기업 가운데 실제는 벤처기업 특성이 거의 없는 기업까지 고려한다면 그 차이는 더욱 클 것으로 생각된다.
상반기 변화에 대한 평가를 떠나 코스닥시장에 나름대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코스닥시장이 우리의 기대에 맞는 더욱 성숙한 자본시장으로 발전,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의 중심시장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아직 더 많은, 그리고 근본적인 문제들이 보완돼야 한다.
우선 투자자에게 코스닥시장을 어떤 시장으로 인식하게 할 것인가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나스닥처럼 성장가능성 있는 기술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자에게는 리스크는 있지만 수익성이 보다 큰 시장이라는 인식을 하도록 할 것인지, 아니면 규모는 작지만 증권거래소 같이 안정된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자들은 증권거래소 기업보다는 못하지만 전통적인 일반중소기업에 대한 투자시장으로 인식하게 할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이것은 시장운용자뿐 아니라 자본시장 관여자 전체의 문제라고 생각된다.
또한 엄격한 심사기준으로 인해 성장성있는 기술기업의 등록을 어렵게 하고 포장에 의한 기업이 쉽게 등록돼 포장속 물건의 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심사기준이 돼서는 절대로 안된다.
M&A시장도 활성화시켜야 한다. 이제까지 기업 인수합병이 부정한 경제적 이득과 연관돼 활용된 것은 사실이나 그러한 부작용은 어디까지나 금감원 등 감독기관과 검찰 등 수사기관들이 감시감독을 철저히 함으로써 의법처리해야 할 문제이지 문턱을 높인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옛말에 ‘구더기 무서워 장 못담근다’는 말이 의미하는 바를 시장관여자들은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 시장의 부실화된 기업들을 신속하게 퇴출시키는 것이 사실상 쉽지 않은 일이다. 퇴출이 아니라 구조조정과 M&A를 통해 새로운 기업으로 거듭나게 함으로써 시장을 건전하게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시장 운영자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점도 현실적으로 매우 중요한 문제다. 모든 제도는 사람이 만들고 사람이 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운용하는 사람이 어떤 생각과 직업의식을 갖고 있는가 하는 것이 구체적인 코스닥의 모습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코스닥심사를 담당하고 결정하는 코스닥위원회의 역할과 기능은 백화점에 진열할 상품을 고르는 머천다이저의 역할과 비슷하다. 머천다이저는 고객들에게 팔 좋은 상품을 진열하기 위해 규제가 아니라 서비스와 납품업체(코스닥으로 보면 등록하려는 기업)에 대한 품질관리, 고객이 어떤 상품을 원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다. 또 문제에 대해서는 상호 의논해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납품업체들이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게 하고 예측가능하게 한다.
기술중심의 벤처기업이 이런 머천다이저에 의해 선택되고 비싼 값에 고객에게 제공될 날을 기대한다.